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윤종신과 20년 된 '음악노예' 유희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윤종신과 20년 된 '음악노예' 유희열

입력
2015.09.24 17:17
0 0
지난 20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에서 공연하는 윤종신(왼쪽)과 유희열.
지난 20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에서 공연하는 윤종신(왼쪽)과 유희열.

“우리 약속한 자리 많은 시간 흘렀지만 난 기억해요.”지난 20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이하 ‘멜포캠’). 가수 윤종신이 1996년 낸 5집 ‘우’(愚)의 수록곡 ‘오늘’이란 노래를 불렀다. 같은 앨범 수록 곡인 ‘환생’만큼 알려지지 않아 친숙함은 떨어지는 곡이다. 그럼에도 윤종신은 “무모하지만 이 노래를 꼭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공연에서 두 번 정도” 밖에 안 불렀다는 노래를 20년 만에 꺼낸 이유는 따로 있다. 윤종신 노래, 유희열 연주. 이 무대가 둘이 함께 꾸리는 특별한 자리라서다. 윤종신과 유희열은 20년 전 함께 작업했던 ‘우’ 앨범 속 ‘오늘’을 비롯해‘일년’과 ‘환생’ 등을 불러 관객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유희열은 “윤종신이 오늘 이 때에 20년 전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선곡 이유를 들려줬다. 유희열은 이날 자신이 만든 토이의 ‘뜨거운 안녕’등을 연주하고 부르며, 한 시간 여의 공연을 이끌기도 했다. 유희열 측은 “두 사람이 함께 두 사람의 이름을 걸고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토이의 새 앨범도 내지 않은 유희열이 페스티벌에 홀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 출연한 적 있지만, 이 때는 토이의 객원보컬과 함께 꾸린 토이의 무대였다. 유희열은 노래보다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에 집중해 페스티벌 출연을 삼가해왔다. 객원보컬의 도움을 받아 앨범을 만드는 작업 특성상 홀로 공연을 이끄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희열은 올해 한 페스티벌에서 토이로 무대에 서는 대가로 억 대의 출연료를 제시 받고도 고사했다. 공연을 꾸린다면 객원보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작용했다.

이런 유희열이 ‘멜포캠’에 출연한 건 윤종신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 행사는 윤종신이 기획한 페스티벌이다. 윤종신의 출연 요청을 받은 유희열은 교통비 정도의 출연료만 받고 ‘멜포캠’ 무대를 기획했다. 바쁜 일정에도 ‘환생’ 등의 곡을 공연에 맞게 편곡하는 작업부터 공연 전 합주까지 직접 챙겼다. 두 사람의 우정 없인 불가능한 무대였다.

윤종신과 유희열의 인연은 1995년부터 시작됐다. 막 군대에서 제대한 유희열이 윤종신을 찾아가면서다. 이 때 유희열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 본 윤종신은 유희열과 함께 ‘우’를 만들었다. ‘환생’부터 ‘바보의 결혼’까지 연인이 사랑에 빠지면서 헤어지는 과정을 한 사람의 얘기처럼 엮은 보기 드문 콘셉트 앨범이었다. 윤종신은 작사, 작곡은 하지만 당시 편곡은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 앨범 작업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 때 유희열을 만난 윤종신은 5집에 이어 ‘오래 전 그날’로 유명한 6집 ‘육년’ 작업까지 유희열의 도움을 받아 앨범을 냈다. 유희열이 윤종신의 첫 ‘음악 노예’였던 셈이다. 윤종신도 한 방송에서 “유희열을 작업실에 가둬놓고 대충 곡 느낌만 설명한 채 문을 잠그고 나갔더니 밤에 와도 계속 편곡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환생’이 포함 된 5집 앨범이 나왔다”며 “그런데 6집까지 내고 내가 군대를 가 자동으로 노예에서 해방이 된 것”이라고 농담한 바 있다. 이런 두 사람의 인연이 20여 년 동안 이어져 이날 한 무대를 꾸리게 된 것이다.

윤종신은 “자연 속에서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다”며 올해 2회째 ‘멜포캠’을 열었다. 현장에 가보니 실제 가족 단위로 페스티벌을 즐기는 이가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양희은부터 김연우, 아이유까지 대중들이 친숙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음악인들 위주로 축제를 꾸려 공감대를 키운 덕분이다. 록페스티벌이나 전자음악페스티벌 등과 비교해 더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행사 진행이 매끄럽지 않은 게 숙제였다. 무대 오른쪽에는 객석에 돌출형 스피커가 설치되지 않아 노래와 연주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무대 중앙 객석에 돌출형 스피커가 세워진 곳과 비교하면 음향 차이가 확연하게 났다. 또 페스티벌 도중 전기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주최 측에서 화장실 사용을 막아 관객들이 불편을 겪는 소동도 벌어졌다.

지난 20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무대에 선 아이유.
지난 20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무대에 선 아이유.

▦ ‘멜포캠’ 결정적순간- “불 끄지마” 아이유를 향한 남성 관객들의 함성

‘멜포캠’에선 ‘밤 하늘 아래’란 이벤트를 진행한다. 모든 조명을 끄고 관객들이 하늘의 달빛을 보며 음악을 듣는 깜짝 이벤트다. 19일 해가 진 뒤 무대를 꾸린 아이유가 “양희은 선배처럼 불을 끄고 노래해보고 싶다”고 하자 남성 관객들이 “안 돼” “불 끄지마”라고 소리 질러 눈길을 끌었다. 군대를 연상케 하는 함성이었다. 달빛을 즐기는 것보다 노래하는 아이유 얼굴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남성관객들의 절규다. 이들을 달래 ‘밤 하늘 아래’이벤트를 한 아이유는 이날 앙코르 무대만 30여 분 동안 꾸려 관객들에게 보답했다. 이 무대를 위해 밴드가 준비한 곡이 다 떨어질 정도로 아이유는 많은 노래를 불렀다. 밴드가 예정되지 않은 곡 연주를 위해 악기 조율을 하는 시간에 아이유는 무반주로 원더걸스의 ‘아이 필 유’ 등을 불렀다. 본 공연에서 부른 노래인데, 관객 호응이 좋아 한 번 더 무반주로 부른 것이다. 아이유는 댄스팀 없이 혼자 춤까지 춰가며 노래해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