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혐의로 기소된 미국인 아서 패터슨이 미국으로 달아난 지 16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돼 법정에 서게 됐다. 패터슨은 그제 공항에 도착해서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옳지 않다”며 끝내 혐의를 부인했다. 앞으로 검찰과 패터슨과의 법정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검찰이 패터슨의 혐의사실을 철저하게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검찰에게 이 사건은 뼈아픈 기억을 남겼다.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이토록 오랜 시간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 어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단순 살인사건의 범인조차 단죄하지 못한 3류 국가 취급을 받지도 않았을 터다. 돌이켜보면 검찰의 헛발질 수사는 그 자체가 의문투성이다. 당시 패터슨을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친구 애드워드 리의 공범으로 기소하지 않는가라는 지적이 많았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건 직후 주한미군 범죄수사대(CID)는 미군 군무원의 아들인 패터슨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한국 경찰에 넘겼다. 미8군 하수도에서 패터슨이 버린 흉기를 발견했고,“패터슨이 살인을 했다고 털어놨다”는 주변 사람들의 제보도 확보했다. CID 수사를 근거로 경찰은 “두 사람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애드워드 리에게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살인범은 덩치가 큰 사람일 것’이라는 부검의 소견과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에 근거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애드워드 리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석방됐다. 게다가 검찰은 증거인멸 등 혐의로 수감됐던 패터슨이 특별사면을 받도록 방치했고,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하지 않아 미국 도주 길까지 터줬다. 그 후에도 패터슨 체포를 요구하는 유족의 요구에 “어렵다”는 답변만 거듭했다. 수사당국이 사회적 공분을 해소하기는커녕 불신만 키웠다. 뒤늦게나마 패터슨을 인도받은 것은 다행이지만 송환 과정에서 보여준 집념과 노력은 진작에 있었어야 했다.
검찰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검찰은 패터슨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지만 워낙 시간이 많이 흘러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실제 패터슨이 살인을 했더라도 검찰이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은 당시 미군 수사 관계자에 대한 증언 요청 등 CID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검찰의 수사역량 부족으로 범인을 두 번 놓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과학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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