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형법과 형량 불균형 심각"
흉기를 들고 폭행ㆍ협박ㆍ재물손괴를 하면 가중처벌할 수 있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조항이 위헌이란 헌법재판소 결정이 24일 나왔다. 형법에 동일 규정이 있는데 형량만 더 센 별도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형벌체계의 균형을 잃게 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혐의로 기소된 김선동(48)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자신에게 적용된 폭처법 3조 1항(집단적 폭행 등) 일부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다. 위헌이 된 조항은 폭처법 3조 1항 가운데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폭행·협박·재물손괴 등을 저지르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다. 형법은 같은 범행인 특수폭행, 특수손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특수협박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벌금형 없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선고만 가능한 폭처법 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헌재는 “검사가 두 조항 중 어느 것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최대 6배에 이르는 심각한 형량 불균형이 발생한다”며 “법 집행기관도 혼란을 겪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또 “법 집행기관이 이런 사정을 피의자나 피고인의 자백을 유도하거나 상소를 포기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안창호 재판관은 “폭처법에는 형법과 똑같은 구성요건에 대해 법정형 만 상향조정한 조항이 상당수 있다”며 상습ㆍ공동ㆍ집단ㆍ흉기휴대 폭력범죄와, 폭력범죄단체 구성원들의 범죄를 가중처벌한 조항도 개정해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폭처법의 해당 조항으로 기소된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헌법소원을 낸 김 전 의원은 작년 6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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