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전후 체제 탈피의 다음 과제로 개헌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안보법 강행처리로 이반된 민심을 민생과 경제를 내세워 돌파할 뜻도 내비쳤다.
아베 총리는 24일 자민당 총재 재선 회견에서 개헌에 대해 “국민주권 등 기본원칙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필요한 개정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내년 참의원 선거공약에 개헌을 포함시키겠다며 “야당도 협력하도록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민당은 연립여당(자민ㆍ공명당)과 개헌 지지 야당들이 합계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개헌발의에 필요한 의석수(양원 각 3분의 2)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의원에선 현재 3분의 2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환경권 조항 신설 등 국민적 논쟁 가능성이 덜한 항목을 중심으로 1차 개헌을 추진한 뒤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 개정에 나서는 ‘2단계 개헌’을 거론해왔다.
이날 임기 3년 연임이 공식 결정됨에 따라 아베 총리는 장기집권의 발판을 굳혔다. 그는 회견에서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고 한 명 한 명의 일본인이 모두 가정, 직장, 지역에서 활약하는 ‘1억 총활약 사회’를 만들겠다”며 경제 올인 기조를 밝혔다. 작년도 490조엔이던 국내총생산(GDP)을 600조엔(약 5,970조원)으로 20%가량 늘리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고용활성화, 디플레이션 탈피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는 2단계로 옮겨 간다”며 ▦강한 경제 ▦꿈을 낳는 육아지원 ▦안심으로 연결되는 사회보장을 아베노믹스 신(新) 3개의 화살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의 명목 GDP가 매년 3%씩 꾸준히 성장하더라도 2020년이나 2021년에나 달성될 목표여서 외신들은 일제히 “성장목표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분기 마이너스(-) 1.2%로 후퇴했으며, 3분기 역시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 된다.
아베 총리가 경제중심 국정구상을 밝힌 것은 국민 관심을 돌려 안보법 반대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개헌화두를 띄워 여론탐색에도 나섰다. 이는 그간 자민당이 중ㆍ참의원 선거에서 3번 연속 대승을 거둔 게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심리 덕이며, 이를 파고들면 개헌이슈도 승부를 걸어 볼만하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베 총리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가 각의에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통과된 것으로 확인돼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총리관저가 공개한 의사록에 따르면 담화 발표 직전 임시각의에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관방 부(副)장관이 담화 낭독을 마치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이 담화 문안은 총리가 퇴고를 거듭한 것이다”며 “괜찮은가”라고 묻는다. 스가 장관은 이어 “특별히 의견이 없는 것 같으니 이 안으로 결정하겠다”고 바로 논의를 끝냈다. 또 당일 오후 6시부터 예정된 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발표할 것이니 함구하라며 “담화안을 회수할 것이다. 그대로 자리에 놓아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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