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은 '빙산의 일각'
NYT "자동차 업계 오랜 관행에 따른 것"
폭스바겐과 같은 배출가스 검사시 데이터 조작은 자동차 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수십 년 된 관행으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수십년간 자동차업계는 관계당국의 검사시 배출가스와 연비 데이터를 조작하는 방법을 찾아 규제를 피하고, 당국을 속여온 기록이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자 1972년 포드가 배출가스를 줄이는 장치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한 게 환경보호청(EPA)에 발각돼 700만 달러(약 84억원)의 벌금을 문 게 시초였다.
이듬해에는 폭스바겐이 자동차 오염통제 시스템을 끄는 장치를 장착해 12만 달러(약 1억4천만원)의 벌금을 냈고, 그로부터 2년후에는 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냉각 시스템에서 비슷한 장치가 발각돼 80만대의 리콜 명령을 받았다.
이후 EPA는 이런 눈속임 장치들을 전면 금지했지만, 이들 장치는 갈수록 정교해져 최근에는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1천100만대가 소프트웨어 장착을 통해 눈속임으로 배출가스 검사를 받는 데에 이르렀다. 이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의 책임을 지고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CEO) 마르틴 빈터코른은 사임했다.
자동차업계는 배출가스 규제뿐 아니라 다른 규제도 오랫동안 무시해왔다. 헨리 포드 2세는 에어백을 가리켜 "허풍쟁이"라고 말했고, 임원들은 연비개선을 요구받자 발끈했다.
로버트 루츠 전 제너럴 모터스(GM) 부회장 겸 크라이슬러 회장은 종종 "(자동차 업계에 있어) 규제는 의류제조업자들에게 사이즈를 줄이라고 요구해 비만을 치료하려는 것과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의 스캔들은 이후 갈수록 커지고 비극적이 됐다. 포드는 1978년 충돌시 연료탱크에 불이 붙기 쉽다는 증거가 나타나자 핀토스 150만대를 리콜해야 했고, 크라이슬러는 1987년 주행거리계를 조작해 임원들이 쓰던 차량 6만대를 새 것으로 속여 판 혐의로 기소됐다.
1990년대에는 포드 자동차에 장착된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외피가 벗겨져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271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근에는 일본 타카타사의 에어백 결함으로 11개 자동차제조사가 2천300만대의 차량을 리콜하기도 했다.
연비와 관련한 눈속임도 자동차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이다. 작년에 현대기아차는 미국 법무부와 EPA에 차량 120만대의 연비를 과장한 사실이 발각돼 3억 달러의 벌금을 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올들어 아우디 A6와 토요타 프리우스가 연비를 10% 이상 과장했다는 혐의를 제기했고, GM코리아의 쉐보레 크루즈도 연비를 과장했다고 작년에 고발했다.
이같이 자동차제조업체들이 상습적으로 규제를 우습게 여기고 경멸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규제를 위반했다고 CEO나 책임자가 구속되는 식의 형사상 처벌이 없어서 눈속임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인 유럽 교통환경연맹에 따르면 디젤차들은 평균 허용치의 5배에 달하는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BMW와 오펠의 일부 차량은 실제 주행시에 실험실 테스트에 비해 10배나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실에서의 검사결과와 현실간의 간극은 2002년 평균 8%에서 작년에 평균 40%까지 벌어졌다고 연맹은 설명했다.
조스 딩스 연맹 사무국장은 "폭스바겐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으로, 이런 상황이 폭스바겐에 국한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검사결과 데이터를 보면 그들도 역시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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