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쿠바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생애 처음 미국을 방문한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23일(현지시간) 오전 9시 직전 워싱턴D.C의 교황청 대사관저 앞에서 미국 시민들과 첫 대면을 했다.
선대 교황들이 입던 붉은 망토 대신 흰색 ‘수단’(카속ㆍcassock)에 ‘주케토’(교황 모자)를 쓴 채 등장한 교황은 환영 나온 수많은 인파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 뒤 백악관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기 전 10여 분간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대중적 행보를 보였다. 한 남성이 자신의 볼과 이마에 입맞춤하도록 허용하는가 하면 본인이 직접 일부 시민들을 안고 가볍게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특히 한 흑인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과 몇몇 젊은이들과 셀카(자기촬영사진)를 찍는 장면이 CNN 방송 화면에 그대로 포착됐다.
교황은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을 위해 백악관으로 향하는 차량에 올랐다. 백악관은 애초 예포 21발도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교황의 ‘낮은 행보’를 감안해 취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환영인사를 하고 교황이 10분간에 걸쳐 비교적 길게 답사를 했다. 교황의 파격 행보는 연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 특히 야당이 공화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이민문제와 기후변화 대책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교황은 먼저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상당수 그런 이민자 가정으로 만들어진 이 나라에 손님으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책을 “용기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기후 변화와의 싸움은 더는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 회동 이후 백악관 앞 내셔널 몰 인근 컨스티튜션 애비뉴 등을 따라 퍼레이드를 했다. 양 옆이 개방된 ‘포프모빌’에 탑승한 교황은 일어선 채로 거리를 가득 메운 환영 인파들을 향해 계속 손을 흔들었으며 가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손 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특히 퍼레이드 초반 수행 경호팀의 한 경찰이 인파 속에 있던 한 백인 아이를 건네 받아 다가가자 이 아이의 머리에 입맞춤하는 등 두 명의 아이와 한 소녀 등 총 3명을 축복했다. 이 소녀는 애초 교황에 접근하려다 경호원의 제지를 받았으나, 교황이 이를 허용해 영광을 안았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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