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상곤 '물갈이 폭탄투하' 파란에 野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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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김상곤 '물갈이 폭탄투하' 파란에 野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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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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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수장·중진에 '메스' 충격파…당내 온종일 '벌집'

"선당후사 분위기 조성" vs "원심력 부채질"…평가 엇갈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이 23일 오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활동 마지막 날인 23일 전·현직 대표들을 겨냥해 살신성인을 요구하는 등 작심한 듯 칼을 휘둘러 파란을 일으켰다.

혁신위가 '제도를 뛰어넘는 혁신'이라는 말로 고강도 인적쇄신 요구를 암시, 수일부터 당 주변에 '살생부'가 돌아다니는 등 이날 발표는 어느정도 예고된 일이다. 하지만 막상 김 위원장이 '피날레'를 장식하는 세리머니로 '핵폭탄'을 떨어뜨리자 당내는 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우선 혁신위가 이날 오전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당원들의 공천을 제한하는 당규 개정안을 당무위에서 통과시키자, 당 안팎은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최고위와 당무위에서 일부 이견이 제시됐음에도, 일사천리로 혁신안이 통과되자 곳곳에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오후 들어 혁신위가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표에게 부산 출마를 요구하고, '2007년 정권 재창출 실패 이후의 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걸고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의원에게 '살신성인'을 요구하자 당내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지목된 당사자들은 물론 다른 의원들도 '공천 칼바람'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것 아니냐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당 전체가 쑥대밭이 되다시피했다.

'김상곤 혁신위'의 '예고된 반란'에 대한 의원들의 반응도 첨예하게 갈렸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당의 환부에 메스를 들이댄 덕분에 엄정한 도덕성 잣대를 세우게 됐다는 평가나, 중진들이 '선당후사'에 솔선수범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반대 편에서는 하급심 유죄판결만으로 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3심제 원칙이나 무죄추정 원칙에도 어긋날 뿐더러, 너무 가혹한 잣대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본선 경쟁력을 무시한채 '여론재판' 만으로 유력 후보를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나, 중진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살신성인'을 요구하는 것이 당의 화합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실제로 문재인 대표 역시 하급심 유죄판결로 공천에서 배제하고 중진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방안에 대해 "당에 도움이 안되며 옳지도 않다"는 반대 입장을 여러 경로로 혁신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 내부에서도 이날 발표문을 내놓기까지 여러 의견이 엇갈리며 마지막까지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의 한 관계자는 "전·현직 대표들의 실명을 넣는 데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애초 훨씬 강력한 수위의 발표문을 준비했다. 그나마 논의 과정에서 수위가 많이 낮아진 것"이라는 전언도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거쳐 전·현직 대표들의 결단을 요구하는 혁신안이 발표되자, 당내에서는 겨우 봉합국면을 맞은 계파갈등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천정배 의원의 신당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박주선 의원이 탈당하는 등 야권재편 움직임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공천 배제대상', '열세지역 차출대상'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원심력을 강화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비주류의 한 인사는 "혁신위가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것은 탈당을 부추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으로 집단탈당이 이어지면서 '분당사태'까지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정치적 재신임'을 통해 가까스로 재신임정국의 터널을 빠져온 문 대표로서도 혁신위발(發) 핵폭탄이 당내 통합 모드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경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전날 탈당한 박주선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늘 발표되는 혁신안에 불만을 품거나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분들, 본질적인 혁신을 기대하며 아직 결단을 못 내리고 방황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다"며 "이 분들이 결단을 하면 교섭단체가 가능한 신당창당 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발 충격파가 엄습한 당일 공교롭게 '공갈 막말' 파문을 일으킨 정청래 최고위원이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사면조치를 받자 비주류 인사들 사이에서는 곱지않은 시선도 고개를 들었다.

한 인사는 "그렇지 않아도 온정주의에 대한 청산이 혁신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 정 최고위원의 사면이 이뤄진 것은 '오비이락'이었는지는 몰라도 시점상으로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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