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달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로 의경을 숨지게 한 경찰관에게 경찰이 적용했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보다 중한 살인죄로 기소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선)는 은평구 구파발 군ㆍ경합동검문소에서 공용 휴대무기인 리볼버 권총을 사용해 박모(21) 수경(당시 상경)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은평경찰서 소속 박모(54) 경위를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경위는 지난달 25일 자신이 근무하던 검문소 생활실에서 의경 3명이 빵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따돌림을 당했다고 생각해 욕설과 함께 “다 없애버리겠다”고 소리친 뒤 업무용으로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꺼내 들었다.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을 좌우로 겨누고 의경들을 위협하던 그는 고무로 된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박 수경의 가슴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조사됐다.
박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탄창의 첫 번째 칸이 비어 있는 것으로 알고 실탄이 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방아쇠를 당겼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의도한 살인 목적이나 계획이 없었더라도 권총의 실탄 장전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발사한 것은 위험 차단의 장치를 전혀 하지 않은 행위”이라며 ‘미필적 고의’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실탄이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던 박 경위가 당일 오전 8시에 총을 인수할 때부터 장전 여부를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권총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행위를 전혀 하지 않고 총을 쏜 것은 살인의 고의로 볼 수 있다”며 “미국에서도 총알 한 발을 넣어놓고 사람을 향해 임의로 방아쇠를 당기는 ‘러시안 룰렛’게임에 대해 고의적 살해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러가 진행한 심리분석에서도 박 경위가 따돌림을 당했다고 생각해 피해자를 의도적으로 공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관계자는 “우울증 약을 8년 정도 복용하고 불안증을 앓아 온 박 경위는 심리분석 결과 자신이 따돌림을 받으면 불안증 성향이 적개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걸로 평가됐다”면서 “당시 권총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권총이 움직이지 않게 힘을 줘 권총을 통제한 점, 피해자의 가슴에 정조준한 점 등을 보면 살인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총을 겨누는 행위만으로도 협박죄로 1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현실에 비해 피해자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까지 당긴 박 경위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규범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와 박 경위가 범행 후 후회하는 정황 등을 감안해 예비적으로 중과실치사도 적용했다.
박 경위는 이번 사건 외에도 의경들에게 3차례 권총을 겨눠 위험을 느끼게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와 총기 출납대장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도 받고 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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