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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False Cognates 2 (변종 영어)

입력
2015.09.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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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 Play 재미있는 말

일본식 영어를 ‘wasei-eigo’(和製英語)라고 한다. 이는 ‘Japanese-made English’ 혹은 ‘ENGLISH made in Japan’을 뜻한다. 영어 말고 다른 일본식 서양 언어는 ‘gairaigo’라고 하는데, 이 또한 원래 언어와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가짜 차입 언어(pseudo-borrowings)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역시 가장 심각한 것은 영어를 자기네 식으로 말하는 ‘변종 영어’(false cognates)이다. 일본과 한국만이 미식 축구를 ‘American football’이라고 하지 않고 ‘Amefoot’이라고 마음대로 지어 부른다. TV 등의 ‘remote control’을 첫 부분만 떼내어 ‘remocon’ 이라고 하는 것도 두 나라뿐이다. 또, 영국에서는 ‘flat’, 미국에서는 ‘apartment’인 것을 일본인만 ‘apart’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한국에서 ‘아파트’를 더 많이 쓰고 있다.

엉터리 영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원래 영어 단어의 의미가 엉뚱하게 바뀌어 쓰이기 때문이다. 가령 ‘cherry boy’라고 말하면 체리 따는 소년인 줄 알겠지만 일본식으로 ‘숫총각’을 의미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수를 맞추는 ‘dead ball’도 사실은 일본식 영어다. 언론사에서 쓰는 ‘desk’라는 용어도 일본과 한국에서만 쓴다. 이 단어가 각 부서의 팀장이나 부장급을 지칭한다는 것을 영어 원어민들이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자동차의 경적은 영어로 ‘horn’인데, 많이 사용하는 ‘klaxon’도 사실 일본 영어다.

남자가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기는 것을 ‘all back’이라고 많이들 쓰지만 올바른 원어 표현은 ‘swept back hair style’이다. 약하게 마시는 커피를 ‘American coffee’라고 부르는데 사실 ‘weak coffee’가 맞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사람도 모르는 ‘Dutch coffee’라는 명칭을 한국의 barista들이 많이 쓰고 있다. 이 또한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과거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통치하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시작한 커피라는 식의 엉터리 설명을 우리나라가 진리인 양 받아들인 결과이다. Dutch coffee의 제대로 된 명칭은 ‘cold-brew coffee’이다. 뜨거운 물로 만드는 일반 커피가 ‘hot-brew coffee’라면, 실온 물로 8시간 이상 한 방울씩 떨어뜨려 만든다는 의미에서 ‘cold water brewing coffee’인 것이다. ‘Bed town’도 알고 보면 ‘commuter town’(잠만 자고 출퇴근하는 마을)이다. 주점에서 마시다 남은 술을 다음에 와서 마시는 것을 ‘bottle keep’이라고 말하는 것도 일본식 영어이다. 어법도 의미도 모두 엉터리인 이런 말을 외래어라도 되는 양 한국의 주당들은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원래 영어와는 맞지도 않는 말을 마음대로 만들고 발음하는 일본식 영어가 한국인의 학습 환경에서 하루 빨리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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