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북지사ㆍ이낙연 전남지사
1억원씩 기탁해 장학기금 출범
"동서분단 끝내고 대화합 시대 열자"
영호남 교류 최근 몇년 새 급물살
“영호남 화합과 상생을 위한 장학기금 기탁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인 이희호(93) 여사는 23일 경북 경주세계문화엑스포장 문화센터에서 열린 ‘영호남 상생 장학기금 기탁식’에서 “100년 미래를 내다보고 영호남 상생을 위한 일꾼을 키우는 자리가 마련돼 매우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를 열고 있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가 정한 ‘전남도의 날’. 김관용 경북지사와 이낙연 전남지사가 김대중평화센터에 1억원씩 총 2억원을 기탁해 ‘영호남 상생 장학기금’이 이날 공식 출범했다. 김 지사는 지난 연말 KBS광주방송으로부터 개인 자격으로 수상한 목민자치대상 시상금 1억원을 “영호남 상생발전과 미래인재를 육성하는데 사용하고 싶다”고 김대중평화센터에 제안했고, 이 지사도 동참하겠다고 나서 이날 기탁식을 연 것이다.
이희호 여사는 “우리는 남북으로도 분단되어 있지만 영호남으로도 분단된 상황”이라며 “이번 기탁금을 종잣돈으로 장학기금을 지속적으로 확충, 영호남의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미래 세대를 육성하는 것이 영호남 상생의 완성”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지사도 “동서 문제에 종지부를 찍고 대화합의 시대를 물려주는데 장학기금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탁식을 마친 뒤에 김 지사는 “영호남이 상생협력을 강화해 통일시대를 여는 국민대통합 에너지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 지사는 “대한민국 역사발전을 이끌어 온 영호남이 화합과 상생의 에너지를 모아 통일시대를 여는 주역이 되자”고 화답했다.
동서화합을 위한 영호남 교류는 최근 몇 년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북도와 전남도는 ▦울릉도 독도와 가거도 간 국토 끝섬 주민교류 ▦상호 박정희ㆍ김대중 전 대통령 이름 활용한 산업단지와 공원, 기념관 이름 짓기 사업 ▦상주-나주 조선감영 역사고도 관광자원화 사업 ▦공무원 및 생활체육 교류 등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의 앞 글자를 딴 ‘달빛동맹’도 영호남 협력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2009년 7월 의료산업 공동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대구시장은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광주시장은 2ㆍ28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달빛동맹민관협력위원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23개 교류협력사업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구와 광주는 ▦군공항 조기 이전 추진 ▦88고속도로 조기 확장 ▦대구-광주 달빛투어 교류 ▦팔공산 무등산 탐방 프로그램 운영에 나섰다. 이중 ▦대구-광주 시민 숲 조성 ▦연계협력권 발전 종합계획 수립 ▦특화공연 공동제작 및 교류 등 3개 사업은 이미 완료했다.
이 여사와 김 지사, 이 지사는 이날 기탁증서 서명 후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공연 ‘바실라’를 감상했다. 전남도에서는 40여 명의 도립국악단이 창극 ‘홍길동’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여사는 1998년 첫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때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개막식에 참석했고, 2000년 엑스포도 참관했다. 지난달 방북 때는 북한공연단을 ‘실크로드 경주’ 행사에 초청하기 위해 북측 관계자와 접촉도 했다.
경주=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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