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방지 국제심포지엄
“성매매 종사자의 90%가 여성이고 그 구매자는 남성이라는 사실은 성매매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남녀불평등에 뿌리를 두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사라 벤슨 유럽여성로비(EWL) 여성폭력감시단 아일랜드 대표는 23일 서울 성동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성매매 방지 국제심포지엄’에서 “성착취 인신매매는 이런 성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또 하나의 메커니즘일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벤슨 대표는 이날 ‘성매매 및 성착취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유럽의 활동’ 주제발표에서 유럽의 성매매 대처는 2005년부터 노르딕ㆍ발틱 네트워크 3개년 계획으로 성매매를 근절하고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들이 협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EWL을 포함한 200여 NGO들이 유럽의 성매매 근절에 노력하자는 의지를 담은 ‘브뤼셀 요청’에 합의했다. 이들은 ‘성매매는 폭력의 한 형태’이며 ‘불평등에 의한 착취’이고, ‘인간 존엄성과 인권 침해’라고 선언했다. 바로 이어 유럽의회는 “여성 및 여아에 대한 성착취 인신매매를 척결하고 성평등을 증진하는 한 가지 방법은 스웨덴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에서 이행되었고 여러 유럽국가들이 현재 고려하고 있는 모델”이라며 “이 모델에서는 성매매 종사자의 서비스가 아니라 성적 서비스의 구매를 범죄화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이른바 ‘노르딕 모델’로 성매매에 대처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미국 전역의 성매매 방지 프로그램을 조사ㆍ기록하는 디맨드 포럼의 마이클 쉬블리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연방법에 따라 국무부, 보건복지부, 국토안보부, 법무부 내에 성착취 인신매매를 단속하고 피해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쉬블리 연구원은 다양한 방식을 통한 성착취 인신매매 예방활동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도전 과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활동이 “상업적 성시장을 위협한다”는 성산업의 반발이 있는데다, 미국의 대외활동기관이나 유엔, 세계보건기구 같은 국제기구, 빌게이츠재단 같은 저명한 민간기구들이 에이즈 예방 등을 이유로 성노동의 비범죄화를 지지한다는 점이다.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성매매종사자 모임인 한터전국연합ㆍ한터여종사자연맹 소속 1,0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어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하고 생계형ㆍ자발적 성매매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소수 약자인 집창촌 성노동자들의 인권과 생존을 위협하는 악법인 성매매특별법 위헌 결정을 희망한다”며 “생계형인 집창촌이 법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비생계형인 룸살롱ㆍ안마시술소ㆍ휴게텔 등 변태 음성업소를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최근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가 성매매 비범죄화를 결의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그 결의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터 성노동자대표인 장모씨는 “어째서 성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을 받을 수 없느냐”며 “(집창촌)성매매를 단속하니 풍선효과로 음성 변종 성매매 업소만 늘어났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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