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터뜨려 자살하겠다” 잠적 퇴역 상사 대치 끝 검거
‘전처가 만나는 남성을 죽이겠다’며 수류탄을 갖고 집을 나선 뒤 종적을 감췄던 퇴역 군인이 18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강원 철원경찰서는 수류탄 1발을 소지한 채 잠적했던 전 육군 상사 이모(49)씨를 23일 오전 6시43분쯤 철원군 서면 와수리 깃대봉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등산객의 신고를 받고 50여명을 동원해 깃대봉 일대를 수색해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수류탄 1발도 회수했다. 이씨는 포위망이 좁혀오자 안전핀을 뽑고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하겠다”며 경찰과 20여분 간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를 설득해 수류탄을 회수해 안전지대로 던졌으나 폭발하지는 않았다.
이씨는 지난 22일 오후 1시20분쯤 전처와 살던 철원군 서면 와수리 집을 찾아와 말다툼을 벌인 뒤 ‘전처가 만나고 있는 남성을 죽이겠다’며 수류탄 1발을 가지고 사라졌다. 육군 모 사단에서 상사로 근무하다 2009년 전역한 이씨는 이날 경기도 포천으로 간다고 집을 나섰으나 철원을 벗어나지 않았다.
경찰과 군 당국은 이씨가 전처 집에서 놓고 간 가방에서 미군용 수류탄(M-26) 8발을 발견했다. M-26 수류탄은 미군이 1950년부터 1970년대까지 운용했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길이는 99㎜, 중량은 454g이다. 안전핀과 안전클립을 제거한 뒤 지연제가 점화되면 4초 후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다. 군 당국은 “발견된 수류탄은 미군이 예전에 사용하던 것으로 폭발 가능성이 있어 폭발물처리반에 의뢰해 회수했다”며 “경찰과 공조해 어떻게 수류탄을 입수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경찰에서 “수류탄은 민통선 인근에서 버섯을 캐다가 발견해 신고하려고 보관하고 있었다”며 “술에 취해 전 처와 남자 문제로 다투다가 홧김에 수류탄을 가지고 갔고, 발각 당시 안전핀을 뽑은 것은 자살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씨의 배낭에는 쇠톱과 손도끼 등 약초를 캘 때 사용하는 장비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이씨의 위치를 알려준 신고자에게 3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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