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연대 활동 등 이력 디딤돌
교육위원회서 정책 대안 발굴 몰두
혁신학교·노동인권교육 조례 발의
첫 대면에서 29년을 헤아리는 과학자 이력이 묻어났다. 해박한 분석력과 함께 직분에 천착하는 열정을 쉼없이 드러냈다.
대덕연구단지 연구원 출신 최초로 대전시의회에 진입한 정기현(55ㆍ새정치민주연합ㆍ유성구3ㆍ사진) 의원을 23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시의회 교육위원회에 몸담은 그는 의정활동의 첫 지향점으로 ‘대전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꼽았다. 그는 숙제처럼 안고 지내는‘아이들이 행복한 대전교육’을 일궈내려 걸핏하면 의원실에서 밤을 지샌다.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런 대전 교육계에서 여느 전문가를 능가하는 올곧은 정책통으로 떠오른 그로부터 교육 자치의 희망을 짚어봤다.
-과학자 신분을 접고 지방의회에 뛰어들었는데.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도청 방지 전화기 암호화 연구 등을 했다. 책임연구원 신분이었지만 한편으론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게 돌아보면 지방정치 입문의 단초였던 셈이다. 1995년부터 시의원 선거에 도전, 통산 16년 걸려 초선의원이 됐다. 2005년부터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6년간 활동했다. 2008년 대전학부모연대 설립도 주도했다. 친환경급식과 공립대안학교 설립 제안, 고교 사설모의고사 폐지 등을 이끌었다. 지방의회 진출을 시도하자 주변에선 왜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욕 먹는 길을 가려느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난 오랜 꿈이 있었다.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의미있는 변화를 일궈내는데 헌신하고 싶다”
-얼키고 설킨 대전 교육 현안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리 사회의 모순은 어찌보면 아이들 교육 문제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다. 비효율과 낮은 만족도가 뿌리깊다.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 논란도 학생과 학부모 입장, 그리고 원도심 문제 등 보다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중이다. 원도심인 중구에 유일하게 남은 공립고를 없애면 빚어질 각종 후유증을 살피면서 교육청과 혜안을 함께 찾아낼 것이다. 대성학원에서 불거진 것처럼 지역갈등 양상인 사립학교의 채용비리 문제도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교육을 위한 행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청을 다잡는 직분에도 더욱 충실하겠다”
-교육의 변화를 위한 조례 제정 등 활동 성과는.
“지난 3월 대전시 혁신학교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혁신학교의 기본방향을 비롯해 지정, 운영, 평가 등을 아우르는 밑거름을 놓은 셈이다. 대전형 혁신학교인‘창의인재 씨앗학교’의 추진동력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대전시교육청 노동인권교육 조례안도 대표발의했다. 학교의 노동인권교육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 학생이 근로자로서 갖는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특성화고교의‘선취업 후진학’정책이나 일반계 고교생의 진로직업교육 확대 등 현실에 비추어 교육현장에 부응한 조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풀뿌리 자치를 체험하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교육에 올인하기로 공언한 대로 상임위는 4년 임기내내 교육위에서 활동할 것이다. 하지만 의정활동을 실제 해보니 22명 의원이 말그대로 각개전투를 하는 듯하다. 의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지역이슈에 대해 서로 협력해 팀웍을 발휘하면 자치의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본다. 의원이 이른바 나홀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정책 개발 등 활동 여건이 다소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현안과 관련한 대안 모색을 위해 설문조사를 하고 싶어도 예산이 애초부터 전혀 편성되지않아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비를 들여서라도 시도할 생각이다. 의회 차원의 조사활동을 뒷받침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정기현 의원은
영신고와 경북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29년을 보낸 대덕연구단지의 산증인이다. 지난해 시의원 당선과 함께 퇴직했다. 명예퇴직금 가운데 5,000만원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전세살이를 달갑게 여기며 산다. 충북 옥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아내를 매일 자신의 차에 태워 데려다준지 어언 10년을 웃돈다. 의원실에서 의정연구에 몰두한 뒤 심야에 홀로 나서는 게 태반이지만 직분을 생각하면 그도 행복이라고 믿는다.
최정복기자 cj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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