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체 연간 배출량 맞먹어
디젤차 많은 유럽서 피해 더욱 클 듯
"폭스바겐만의 문제는 아닐 것"
유럽소비자단체, EU 차원 조사 촉구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연간 약 100만t의 오염물질을 공기 중으로 내뿜었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폴스크바겐이 밝힌 대로 조작된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1,100만 대의 디젤 차량에 장착됐다면 연간 최고 94만8,691t의 질소산화물(NOx)이 공기 중에 배출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에서 1년간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전부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국의 드랙스발전소의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3만9,000t 정도다.
미국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적발돼 리콜 조치된 48만2,000 대만 하더라도 미국 평균 주행거리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연간 1만392t에서 최고 4만1,571t의 유독가스를 공중에 내뿜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폭스바겐이 미 환경보호청(EPA) 기준을 준수했다고 가정하고 계산했을 때 해당 차량들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1,039t 정도였다.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피해는 미국보다 디젤 차량 이용률이 높은 유럽에서 더욱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틴 윌리엄스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미국에는 디젤 승용차가 3%에 불과하지만 유럽에서는 절반에 달한다"면서 "미국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고 유럽의 피해에는 한참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간 디젤 차량에서 배출된 오염물질로 5,800명 정도가 조기사망에 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디젤 차량 엔진에서는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CO2)가 비슷하게 배출되기 때문에 질소산화물 배출을 조작했을 때는 탄소배출량 테스트를 통과하기도 수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폭스바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개리 펄러 킹스칼리지런던 박사는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고 더욱 큰 문제일 것"이라면서 "이는 공중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를 둘러싸고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소비자단체 알트로콘수모는 폭스바겐 골프 1.6과 피아트 판다 1.2의 연료소비와 CO2 배출이 고지된 것보다 50% 이상 많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알트로콘수모는 베니스 법원에 먼저 소송을 낸 골프 차주들에게 폭스바겐이 502유로(66만원)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트로콘수모를 포함한 유럽소비자단체(BEUC)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폭스바겐의 유럽 내 배출가스 조작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의 환경보호단체 '클린에어 인 런던'도 정부 자문위원회인 왕립위원회에 자동차 제조 과정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의혹은 지난 18일 미국에서 48만2,000 대의 디젤 차량에 리콜 명령이 내려지면서 드러났다. 폭스바겐은 22일 전 세계적으로 1,100만대에 같은 장치가 장착됐다고 발표해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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