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의 솔직하면서도 소탈한 언행이 네티즌의 마음을 흔들었다. 한 때 국내 농구 코트를 호령하고 국보급이라는 호칭이 따라 붙던 큰 별답지 않은 모습이라 대중의 눈길을 잡을 만했다.
서장훈은 21일 밤 방송된 SBS 토크프로그램 ‘힐링캠프-500인’(‘힐링캠프’)에 출연해 은퇴 뒤 농구계에 지도자로 남지 않은 이유, 방송인 오정연과의 결혼과 이혼 등에 대한 소회를 담담한 말투로 털어놨다.
서장훈에게는 바늘처럼 따가울 질문이 이날 쏟아졌다. 그 중 하나가 은퇴 뒤 여느 스타 농구선수처럼 감독을 왜 하지 않냐는 질문이었다. 서장훈은 “은퇴 후 주변에서 감독을 왜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며 “감독은 제 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은퇴 후 감독 제의를 받은 적은 없다”고 솔직히 말해 자의 반 타의 반 감독을 하지 않게 됐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서장훈은 “농구는 잘했을지 몰라도 감독을 잘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하지만 농구를 했던 사람이기에 언젠가는 제 철학으로 팀을 만들고 싶다”며 미련 어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힐링캠프’의 한 방청객이 전 부인 오정연에 대해 조심스레 묻자 서장훈은 멈칫하다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속내를 표현했다. 그는 “시간이 꽤 지났고 (오정연이)새롭게 출발을 하시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우리가 친구 간에도 사람을 만나다가도 처음에 너무 좋다가 성격이 안 맞으면 안 보기도 하는데 하물며 부부라면 얼마나 더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서로)맞추고 인내하고 참고 사는 게 부부생활이라고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저는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그거를 못했다”고도 밝혔다. 서장훈은 “내가 참 모자란 인간이라는 것을 정말 많이 느꼈다”며 “우리는 멀리서나마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고도 말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스타 운동선수라는 옛 명성에 자족하지 않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서장훈의 소탈한 모습은 그가 왜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기대주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207㎝의 새내기 방송인이 이날 따라 유독 거인으로 보인 이유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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