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패터슨 인신보호 청원 기각
피해자 어머니 "이날 기다려 살아"
법무부가 1997년 발생한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6)을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공항에서 인계 받아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한다고 22일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 18년, 그가 도주한 지 16년 만이다.
패터슨은 한국 검찰의 범죄인 인도청구에 따라 2011년 5월 미국 LA에서 연방검찰에 체포됐으며, 2012년 10월 미국 법원은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인도 청구를 허가했다. 하지만 패터슨은 별도의 미국 사법제도인 인신보호 청원을 제기해 송환을 고의로 늦추다 최근 미국 법원이 1,2심에서 이를 기각하고 재심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3개월 이내에 상고를 제기할 수 있으나, 패터슨은 범죄인인도 집행정지 신청을 연장하지 않는 실수를 범했다. 이를 놓치지 않고 법무부는 미국 당국을 설득해 송환 문서에 사인을 받았다. 법무부는 22일 오후3시30분(현지시각 21일 오후11시30분)쯤 국적기인 대한항공 KE012편에서 패터슨의 신병을 인계 받았다고 밝혔다. 법률상 국적기는 해당 국가의 영토에 해당한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3일 서울 이태원 소재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던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의 목과 가슴을 흉기로 9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범행현장에 함께 있던 패터슨의 친구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패터슨과 리는 서로 상대가 범인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조씨가 저항한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조씨보다 거구였던 리를 범인으로 봤다. 그러나 1999년 재상고심까지 거치며 최종 무죄 판결이 났다. 대법원은 “에드워드 리는 범인이 아니라 목격자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은 패터슨을 용의자로 보고 재수사에 나섰으나 그는 당시 검찰이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한국을 떠난 상태였다. 범행 이유가 “어깨를 부딪혀서”“재미 삼아”등으로 알려진데다, 수사 부실과 피의자 도피로 인해 국민적 분노는 커져갔다.
2011년 패터슨이 미국에서 붙잡히자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그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패터슨이 범행 직후 머리와 양손, 상ㆍ하의가 피로 범벅이 됐고, 범행도구인 피 묻은 흉기를 하수구에 버리고 옷을 불태운 점 등을 증거로 제시한 상태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에서 최종적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73)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이날 오기를 기다려 살아온 것 같다”며 “(패터슨) 재판에 반드시 참석해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희생된 아들에 대해 “어려서부터 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욕을 입에 담는 것도 본 적이 없다”며 “얼마나 착하고 앞날이 촉망됐는데”라고 억울함을 가누지 못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