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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작가들 남성중심사회 모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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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작가들 남성중심사회 모순 비판

입력
2015.09.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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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작가 정금형은 운동기구에 사람의 얼굴을 매달고 여성 주체의 에너지를 운동으로 발산하는 ‘피트니스 가이드’를 공연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퍼포먼스 작가 정금형은 운동기구에 사람의 얼굴을 매달고 여성 주체의 에너지를 운동으로 발산하는 ‘피트니스 가이드’를 공연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2층의 한 방이 피트니스 센터로 바뀌었다. 신장 측정기, 벨트 마사지기, 윗몸일으키기 기구, 공중 보행기 등은 사람 얼굴을 달고 있다. 관객들은 이 무대 안에서 운동용 매트를 깔고 앉아 퍼포먼스 작가 정금형의 ‘운동’을 지켜본다. 이 운동은 명백히 운동기구를 성애의 대상으로 삼는다. 러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달리다가 점차 속도가 빨라지더니 끝내 러닝머신 앞 텔레비전을 끌어안는 식이다. 무표정한 작가의 퍼포먼스는 여성에게 신체적 욕망을 표현할 자유를 표명한다.

반대편 전시장에 걸려 있는 화가 장파의 그림은 여성이 나무와 성적인 관계를 맺는 모습을 그린 ‘레이디 엑스’ 연작이다. 이 역시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격하돼 온 여성의 성애에서 남성의 존재를 삭제함으로써 주체성을 강조하려는 시도다.

동아시아의 여성주의 미술 작품에 주목한 전시 ‘동아시아 페미니즘: 판타시아’에는 한국 작가 6명과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인도에서 온 미술작가 8명 등 총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 중 정금형과 장파가 ‘해방된 여성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표명해 눈길을 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김치녀’로 상징되는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뒤집어 여성의 주체적 발화를 강조해 화제가 된 ‘메르스 갤러리’와 일맥상통한다.

전시의 주류는 남성중심적인 현대사회의 모순점을 여성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작품들이다. 전시에 참여한 유일한 남성 작가인 싱가포르 출신 밍웡은 예술계의 여성 차별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전시한 영상작품에서 그는 2011년 아트바젤 홍콩의 심포지엄 ‘예술은 아름다워야 하는가’에 참여했을 때 참석자 대부분이 백인 남성인 것을 알고 여성 분장을 한 채 연단에 올라 “여성의 겉모습만 가지고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후 터키의 국민가수가 된 발렌트 에르소이의 삶에 영감을 받아 ‘여성적 남성’의 삶을 연기하며 성관념에 도전하기도 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와 함께 네티즌들이 편집할 수 있는 위키백과에 여성 예술가들의 항목을 추가ㆍ보완하는 행사 ‘에디터톤’도 진행한다. 11월 8일까지. (02)2124-8800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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