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형같이 생긴 주인공이 안 예쁜 척하는 드라마를 시청자들은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해요. 케이블에서는 뚱뚱한 여배우도 사랑 받는 주인공이 될 수 있죠.”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이하 ‘영애씨’)의 한상재(37) PD는 ‘케드’(케이블드라마)의 눈에 띄는 부상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케이블드라마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주류였다. 지상파 방송에 밀려 시청률은 잘해야 1%대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응답하라’ 시리즈와 ‘미생’ 같은 드라마들이 여러 연령층에서 고루 사랑 받으며 케이블 전성시대를 열었다. 2007년부터 케이블드라마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해온 ‘영애씨’의 역할이 컸다.
‘영애씨’는 뚱뚱하고 못생긴 30대 노처녀 영애(김현숙)의 좌충우돌 인생을 담고 있다. 첫 선을 보였을 때 “이게 무슨 드라마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따랐다.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만들어지며 결국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드라마로 성장했다. 22일 14회 방송을 앞둔 ‘영애씨 시즌 14’는 평균 3~4%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영애씨’ 역대 시즌 최고다. 한 PD는 “영애는 분명 드라마 주인공치고 안 예쁘다. 마치 현실의 ‘나’ 같다”며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의 고군분투로 공감을 꾸준히 이끌어내 왔던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자체 분석했다.
2007년 tvN에 입사해 케이블에서만 한 우물을 판 한 PD는 시즌8부터 합류해 5년째 영애씨를 이끌어오고 있다. ‘영애씨’가 시트콤 성격이 강하나 드라마의 질만큼은 지상파 정통 드라마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고 한 PD는 자부한다. 그는 “그 흔한 쪽 대본도 없다”는 말로 수십 억원의 제작비를 들이면서도 당일에 대본이 나오는 국내 드라마 제작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한 PD는 “시즌1부터 찰떡호흡을 맞춰 온 작가 4인방의 노력이 크다”며 “첫 방송 시작 전 8회분 정도를 넉넉하게 미리 촬영해 놓기 때문에 배우들도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말로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드라마라기보다 현실에 가까운 영애의 삶도 한 PD가 말하는 인기 비결이다. 지난 시즌까지 작은 종합인쇄회사를 전전하다 창업을 한 영애는 최근 달랑 2명인 직원들한테 줄 월급이 없어 일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영애와 함께 퇴사 후 창업에 동참했던 미란(라미란)은 아이들 학원비 낼 돈이 없어 영애를 배신하고 전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시즌1부터 계약직,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만년 취업준비생 등 사회적 약자를 전면으로 등장시켜 왔다. 한 PD는 “드라마에 늘 현실을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가 웃음을 유발하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팍팍한 상황이 ‘영애씨’만의 매력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10월 초 시즌14의 종영을 앞둔 한 PD는 “갑도 을도 아닌 병과 정의 고군분투를 앞으로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