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쓰레기로 가득한 할머니 집, '찾아가는 복지'로 청소 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쓰레기로 가득한 할머니 집, '찾아가는 복지'로 청소 끝~

입력
2015.09.22 17:45
0 0

서울 금호동 '저장 강박증' 환자 복지플래너들이 한달 설득 허락

찌든 이불 등 트럭 2대 분량 수거

서울 성동구 금호동주민센터 관계자와 마중물복지협의체 회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홍모 할머니의 자택을 청소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서울 성동구 금호동주민센터 관계자와 마중물복지협의체 회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홍모 할머니의 자택을 청소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16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홍모(76)할머니의 4평 남짓한 단칸방에 들어선 순간 악취와 함께 두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오물이 묻은 이불과 옷가지들, 다리 한쪽이 떨어져 나가 세우기도 힘든 낡은 옷걸이…. 누렇다 못해 검게 찌든 낡은 신문지 뭉치 등 쓰레기는 천장까지 가득 쌓여 있었고, 그 주위를 파리 십여 마리가 날아다녔다. 방안은 한명이 겨우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두고 쓰레기로 가득해, 방 한 켠에 있는 냉장고 문마저 열 수도 없을 정도였다. 숫제 ‘쓰레기 집’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홍 할머니는 “이곳에서 강아지 1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바닥에는 강아지가 먹다 남긴 것으로 보이는 생선 가시가 쓰레기더미 사이사이에 박혀있었다.

홍 할머니는 물건을 병적으로 모으는 ‘저장강박증’ 환자였다. 저장강박증이란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 계속 저장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일종의 강박장애(OCD) 증상이다. 절약 또는 취미로 물건을 수집하는 것과는 다르게 무조건 물건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현상으로 ‘뭐든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것’을 의미한다.

“언젠가는 다 쓸 것들”이라며 한사코 청소를 거부하던 홍 할머니의 마음을 움직인 이들은 서울 성동구 금호2,3가동 주민센터 복지플래너들이었다. 자녀가 없는 홍 할머니는 청소를 해서 번 돈으로 생활을 해오다 몇 년 전 계단에서 구른 후 거동이 불편해졌다. 홍 할머니의 집안 사정을 알게 된 복지플래너들이 한달 동안의 설득한 끝에 어렵사리 집안 청소를 허락받았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홀로 살아온 홍 할머니는 매주 얼굴을 마주하는 복지플래너에게조차 처음에는 “몸이 좋지 않아 못 치운다. 집주인의 심경을 건드리면 안 된다”며 손사레를 쳤다. 하지만 고장 난 냉장고를 바꿔주겠다는 말에 “나도 남들처럼 집다운 집에서 깨끗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치며 마음을 열었다.

이날 주민센터와 마중물복지협의체, 새마을부녀회, 이웃 주민 20여명이 힘을 모아 대청소에 나섰다.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제외하고도 4평짜리 단칸방에서 1톤짜리 트럭 2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곰팡이로 얼룩진 벽과 장판을 도배하고 고장 난 냉장고와 TV도 바꿨다. 각종 벌레와 악취를 없애기 위해 집안 곳곳을 소독도 했다.

홍 할머니의 ‘쓰레기 집’을 찾아 낸 것은 금호2ㆍ3가동 주민센터가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로 전환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는 주민 삶 곳곳의 복지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복지 서비스 패러다임을 ‘찾아가는 복지’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동주민센터 전 직원이 구역의 복지사각지대 발굴부터 실제 복지 서비스 연계까지 직접 관리하게 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앞으로도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더욱 발로 뛰고 먼저 다가가서 주민 한분 한분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지원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