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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뇌 과학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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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뇌 과학이 답하다

입력
2015.09.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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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레스택 지음. 홍승효 옮김. 휴머니스트 발행ㆍ336쪽ㆍ1만6,000원
리처드 레스택 지음. 홍승효 옮김. 휴머니스트 발행ㆍ336쪽ㆍ1만6,000원

우리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을 때, 뇌는 뭘 하고 있을까. 왜 우리의 이성은 들끓는 분노의 감정을 좀처럼 주체하지 못하는 것일까. 비이성적 강박장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뇌’는 이렇게 난해한 질문들에 뇌과학의 관점으로 답한 책이다. 저자 리처드 레스택은 조지워싱턴대 의과대 신경과 임상교수로 신경학과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연구자이자 미국 매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인기 패널이다. 원저는 미국에서 2012년 출간된 ‘The Big Question: Mind’로 한국어판 제목은 니체(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ㆍMenschliches, Allzumenschliche)를 본떠 옮긴 것이다.

저자는 뇌과학자들이 질병과 기능장애만을 연구할 것이 아니라 일상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사랑, 분노, 자유의지, 소통 등의 문제를 짚어간다. ‘세계를 감각하는 나’를 조명한 1부에서는 외부 세계를 탐색하는 뇌의 특징들을,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다룬 2부에서는 공감, 사랑, 분노, 딴생각 등이 뇌에서 어떤 화학작용을 거쳐 발현되는지를 소개한다. 3부 ‘특별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나’에서는 인간의 뇌가 가진 예측, 추론 등의 특별함과 한계에 대해서, 4부 ‘나를 탐색하는 뇌’에서는 인간의 의식, 정체성과 뇌의 관계를 설명한다.

주로 사회학 심리학 철학과 신학의 영역에서 접근하던 문제들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풀어내다 보면, 자칫 무미건조한 해설로 흐를 수 있지만 저자는 특유의 유머와 분석으로 이를 매끄럽게 풀어낸다. 이를테면 “분노가 둘레계통 내에 있는 신경섬유의 집합체이며 뇌 양쪽에 있는 해마의 앞쪽 끝에 위치한 편도체에서 시작된다”는 어려운 사실을 언급한 뒤엔 “(우리의 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화를 내야 한다는 상식을 거스른다”며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한다.

이 같은 뇌의 “인간적” 면모는 분노라는 감정이 편도체에서 발생하는 날것으로의 분노와, 정교하게 심리적 해석을 거치는 대뇌겉질의 분노가 섞여 있기 때문에 드러난다. 인간이 “종종 희미한 불안감을 먼저 경험한 후 나중에야 우리가 염려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내는” 일도 이런 까닭에 일어난다. 화를 풀려고 상황을 되새김질할수록 되려 분노가 극에 달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대뇌겉질이 다른 영역보다 활성화했기 때문이다.

애초 실용서를 목표로 한 책은 아니나 기억력을 위한 다섯 규칙 즉 주의 기울이기, 다양한 감각 사용하기, 영상으로 연상하기, 기억시스템 창조하기, 재검토하기 등을 소개한다거나, 강박장애를 구성하는 증상에 대한 해설 등 당장 활용 가능한 정보도 적지 않다.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은 일어나지 않을 엄청난 불운의 세계로 정신적 시간여행을 떠나 파국의 미래에 도달하는데, 그 해법으로 과학자이자 전 미국 정신건강의학회장인 그가 종교를 언급하는 것은 뜻밖이다.

뇌에 대한 20가지 의문에 답하는 가운데 저자는 마음, 뇌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이론을 소개하고 최근의 연구 경향을 검토한다. 일종의 명료한 정답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답답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와 마음이 애초에 이렇게 복잡하고 특수한 것을 어쩌랴.

“내 답이 꼭 정답은 아니다. 뇌과학으로 두뇌가 하는 모든 일을 설명한다 하더라도 마음의 현상을 온전히 설명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다만 마음의 문제에 관해 스스로 탐구하고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하도록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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