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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남자친구가 성매매업소에 다녀왔대요

입력
2015.09.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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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른두 살 여잡니다. 감당할 수 없이 슬픈 일이 생겨서 사연을 보냅니다. 2년 가까이 사귀어온 남자친구는 그동안 속 끓이게 하는 일 없는 착한 남자였는데, 얼마 전 그가 저 몰래 성매매업소에 다녀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직 그에게 얘기하진 않았지만, 그 후로 너무 괴로워서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는 일조차 힘겹습니다. 가까운 지인 몇몇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더니 한두 명은 마음 주고 바람피운 것은 아니니 눈감아주라고 하고, 또 한두 명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말고 문제를 제기하라고 하네요. 내년쯤엔 결혼 생각도 하고 있던 사람의 업소 출입, 이 상황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자친구를 더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남자친구를 더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A 많은 사람이 연애할 때 그런 생각을 하죠. '남들은 다 그런다고 해도 내 남자친구만은 아닐 거야', '모두가 그런다고 해도 내 여자친구만은 안 그럴 거야'라는 생각들 말입니다. 물론 정말 그런 사람을 사귀고 있는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 믿음이 결국 배신당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네요. 내가 선택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특별한 사람이길 바랐지만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라는 건, 그 믿음이 굳건했을수록 더 충격적이고 비참해질 수밖에 없죠. '내 선택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았구나'라는 결말은 상대방과의 관계는 물론 스스로의 자존감까지도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이 상태로 충격과 비참함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당신의 연애는 아직 현재진행형이고, 당신이 환멸과 충격을 느끼게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같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일 테니까요. 그를 위해서도 아니고, 그와의 연애관계를 위해서도 아닌, 당신 스스로를 위해 이 일에 대해 어떻게 결론을 짓고 당신의 태도를 결정할지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누구도 아닌 당신 스스로를 위해서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 일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그렇다면 뭘까요? 지인들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좋겠냐고 의견을 구했다고 하셨는데요, 전 이것이 이런 문제에 접근할 때 가장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맨 뒷장의 정답풀이를 보고 오면 제법 비슷하게, 또 비교적 빨리 문제를 풀어낼 순 있겠죠. 하지만 내 입장을 정한다는 건 수학 문제 하나를 풀어내는 일과는 좀 많이 다른 일이라서, 남들의 정답이 곧 나의 정답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게 문제에요. 처음엔 남들이 제시하는 정답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이건 내가 원한 풀이방식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에 괴로워질 가능성이 농후한 거죠. 남들의 조언은 조언일 뿐, 당신의 완벽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없습니다. 네, 이 글조차도 당신이 그저 참고할 수 있을 이야기뿐이고요.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첫 번째 생각, 그건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나?'가 아닙니다.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그 정도는 눈감아주라'고 한다고 해서 당신이 눈감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보다 정말 중요한 건, '나는 돈을 주고 성을 산 사람이라고 해도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일입니다. 지금 이렇게 괴로운 건, 배신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해놓지 않은 탓도 있을 거예요.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상황이니 입장을 정리하는 일이 수월할 수만은 없는 것도 당연하겠죠. 괴로운 일임엔 틀림없을 테지만, 모든 생각을 다 내려놓고 '나는 이 행동을 저지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없다면 그 이유는? 있다면 그 이유는?' 이 생각의 얼개에만 집중하세요. 세상 누가 뭐라든 내가 그 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받아들이는 거고, 세상 누가 뭐라든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상대방의 과오나 단점이 어떤 것이든, 이 룰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꽤 많은 문제가 명쾌하게 정리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결정의 주체는 오직 나여야 하고, 그 결정의 책임은 100% 스스로가 지는 거죠.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는 건, 외롭지만 이런 과정에서라야 가능한 것 같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두 번째로는, 헤어지기로 하든 그렇지 않기로 하든 당신의 남자친구에게 당신이 이 모든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 힘든 결정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할 겁니다. 그와 관계를 끝내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이 과정은 더 중요해지겠죠. '지금까지의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당장은 헤어지지 않겠지만,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난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며 그에게 경고할 수도 있겠죠. 어떤 경고를 할지, 아니면 눈물의 호소를 할지, 그것 역시 당신이 결정해야 할 일이겠네요.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건 '나는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해',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해'라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나는 이런 사람은 참을 수 없어', '나는 이런 것에 분노해'라는, 즉 다소 부정적인 사건을 겪어야만 구성되는 요소란 것도 상당히 존재합니다. 쉽지 않은 시간일 테지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나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요. 누가 뭐라고 하든, 당신 마음의 핵심에 다가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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