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반 아이디어의 체계화와 사전 검증이 창업 성공의 지름길
2012년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강동원(30)씨와 김병준(30)씨는 이듬해 2월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다. 3개월 넘게 갈고 닦은 창업 아이템은 10대 전용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잼’이다.
이들은 2013년 아산나눔재단의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아 그 해 말 주식회사 노바토를 창업했다. 지난해 4월부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 속에 엔젤 투자도 받았다. 같은 해 9월 잼은 하루 이용자 1만6,000여명이 메시지 500만 건을 주고 받는 서비스로 발돋움하며 판도라TV와 11억원 규모의 인수합병 계약을 맺었다.
노바토는 아이디어 체계화-공개 검증-엔젤 투자-시장 안착-인수합병이라는 창업 공식을 제대로 밟은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창업은 대개 녹록하지 않다. 분위기에 휩쓸려 철저한 준비 없이 섣불리 창업을 했다가 좌절하는 청춘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전국 20~39세 성인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창업에 대한 인식과 개선과제’ 조사에서 응답자의 25.3%가 ‘창업을 고려해봤다’고 답했다. ‘적극 고려해 봤다’(6.4%)는 응답까지 합치면 조사대상의 약 3분 1이 창업에 관심이 있는 셈이다. 지난해 1분기(-5.6%)와 2분기(1.1%)에 저조했던 30세 미만 창업 증가율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계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도 청년 창업 열풍을 방증한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국내 신생 기업의 70% 이상이 5년 내 폐업한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창업 지원 제도 덕에 기업은 많이 생기지만 전문지식과 경험 부족으로 많이 망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가 돼버렸다.
기술형 창업보다 외식업이나 소매업 등 일반서비스 창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치열한 경쟁에서 버텨내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몇 년 전 휴대폰 매장을 열었다가 폐업한 30대 남성 김모씨는 “인터넷 판매가 보편화됐고 근처 경쟁 매장보다 규모가 작아 한 대도 팔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창업 전문가들은 기술 창업과 준비된 창업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조언한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창업 제도는 잘 갖춰져 있지만 유행을 따른 창업은 진입 자체가 늦어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고 말했다.
청년 창업이 가벼운 창업으로 흐르며 기술적 측면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효양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본부장은 “3년 후를 겨냥한 창업을 하고 서비스업종도 기술에 기반한 창업을 해야 하는데 정작 창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은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며 “정부와 민간에서 개최하는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충분히 활용해 아이디어를 사전에 검증 받으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