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발인 자신의 경험이 밑천
무릎 등 통증 느끼는 발 사진 보내면 최적의 제품 만들어 10일 내 배송
2년간 360억원 이상 투자 유치
다음날 대전 세계과학정상회의에 각국 장관과 함께 최연소 연사 초청

30세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인 키건 쇼웬버그 SOLS 대표는 올해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여성 기업인이다. 그는 3차원(3D) 프린터로 맞춤형 신발 깔창을 만드는 SOLS를 창업해 제조업의 혁신과 신시장 창출을 동시에 이룬 기업인이 됐다.
덕분에 쇼웬버그 대표는 다음달 19~23일 대전에서 열리는 세계과학정상회의에 세계 각국 과학 장관들과 함께 최연소 연사로 초청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세계과학정상회의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과학기술을 창업에 접목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쇼웬버그 대표를 연사로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본보는 21일 방한을 앞둔 그를 단독으로 서면 인터뷰했다.
쇼웬버그 대표가 깔창 사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경험 때문이다. 그는 평발이라 발 모양에 적합한 맞춤형 깔창이나 보조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별도 제작하려면 오래 걸리고 비싸서 늘 불편을 겪었다. 이 같은 불편과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3D 프린팅이다.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며 실용적인 디자인에 흥미를 느꼈다”는 쇼웬버그 대표는 우연히 3D 프린팅 기업 셰이프웨이에 취업하면서 본격적으로 3D 프린터의 응용 방법을 연구했다. 셰이프웨이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마음 맞는 동료들과 디자인 기업을 세워 생산과 운영, 마케팅 등 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방법도 배웠다.
2013년 6월, 맞춤형 3D 프린팅 깔창을 대량으로 제조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출발한 SOLS는 소재 선택부터 남달랐다. 쇼웬버그 대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특수섬유인 ‘나일론 11’이 강하고 유연해 제품 소재로 최적이었다”며 “고객 확대를 위해 600여명으로 구성된 의료 전문가 네트워크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SOLS의 사업 방법은 독특하다. 발, 무릎, 등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응용소프트웨어(앱)로 발 사진을 찍어 보내면 전문가 검증을 거쳐 증상에 적합한 맞춤형 깔창을 만들어 10일 안에 전달한다. 대상은 장애인과 운동선수, 무용가, 아이들, 재활?교정치료 환자 등으로 다양하다.
SOLS는 이 같은 사업으로 창업 직후 2,000만달러(약 230억원), 지난해 말 1,110만달러(약 130억원)를 투자 받았다. 투자업계에서는 SOLS가 제품 가격을 50~125달러(약 5만8,000~14만7,000원)까지 낮춰 3D 프린팅으로 맞춤형 대량판매 시장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쇼웬버그 대표는 올해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30세 이하 기업인 30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가장 주목할 만한 여성 스타트업 20’ 등에 잇따라 선정됐다. SOLS의 직원 수도 창업 당시 CEO 포함 3명이었으나 지난해 65명으로 늘었다.
쇼웬버그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미래형 공장’과 ‘대중 생산’의 결합이다. 그는 “깔창뿐 아니라 신발까지 맞춤형 3D 프린팅 공정으로 대량 생산해 개별 판매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이끌겠다”며 “내년 2분기 중 미국 뉴욕에 SOLS 플래그숍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쇼웬버그 대표는 “청년 창업이야말로 실업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믿고 있다. 다만 창업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더 빨리 나아가려는 욕심”을 꼽았다. 그는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지만 자신과 직원들을 믿고 서두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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