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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 유도현상 발견한 패러데이 '검소·겸손' 고전적 미덕까지 두루 두루

입력
2015.09.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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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을 섬기지 않았다던 그가 한동안 20파운드 지폐 모델이었던 사실은 아이러니였다.
재물을 섬기지 않았다던 그가 한동안 20파운드 지폐 모델이었던 사실은 아이러니였다.

1791년 오늘(9월 22일) 전자기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태어났다. 그는 과장 없이 위인전의 고전적 미덕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다.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학교를 다녔고, 발음이 서툴러 툭하면 체벌을 당했고, 그걸 안 어머니가 그를 자퇴시킨 이야기. 교회 주일학교에서 글을 익혔고, 수학은 초급(대수) 수준에서 멈춰 ‘수학 못하는 과학자’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4살 무렵 서점 제본공 견습생으로 취직해 책을 엮으며 과학에 입문했다. 서점 주인(당시엔 출판인이기도 했다)의 주선으로 왕립학회 회원이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요오드의 명명자)의 강연을 듣게 된 그는 그 내용을 책으로 엮어 데이비에게 전하며 조수로 써줄 것을 청했고, 마침 실험 사고로 부상을 입은 데이비가 22살의 그를 채용하게 된다. 쟁쟁한 과학자들의 연구를 거들며 어깨너머로 실험 기법을 익힌 그는 30살 무렵 어엿한 동료로 인정받았고, 33살이던 1824년 왕립학회 정식 회원이 됐다. 그의 최대 업적이자 인류 전기문명의 토대가 된 발전 원리, 즉 전자기력 회전과 전자기 유도 현상에 대한 논문은 1831년 발표됐다. 과학은 연구의 배경을 묻지 학자의 이력은 묻지 않는다는 왕립학회의 열린 태도가 오늘의 인류 전기 문명의 토대를 닦은 거였다. 그는 훗날 벤젠이란 이름을 얻은 신물질을 발견했고, 망원경 재료인 광학유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인간적 면모는 과학자로서의 업적 덕에 더욱 돋보였다. 40대의 그는 당대 최고의 화학자였지만, 왕실의 왕립학회 회장직 제의도 기사 작위도 사양했다. 검소하고 겸손했고 무욕했다. 그는 어떤 업적도 특허 등을 통해 돈과 바꾸려 하지 않았다. “하나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마태복음)는 게 거의 신념이었다고 한다.

1826년 시작된 ‘어린이 크리스마스 강연회’도 그가 시작하고 주도한 왕립학회의 전통이다. 고전이 된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는 그의 1860년 강연집. “어떤 다이아몬드가 이 불꽃만큼 빛을 낼 수 있겠습니까? (…) 불꽃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지만 다이아몬드는 불꽃이 없으면 빛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강연의 마지막 말로서 여러분의 생명이 양초처럼 오래 계속되어 이웃을 위한 밝은 빛으로 빛나고 모든 행동이 양초의 불꽃과 같은 아름다움을 나타내며, 여러분이 인류 복지를 위한 의무를 수행하는 데 전 생명을 바쳐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는 저 강연 이듬해 왕립학회를 떠났고, 1867년 8월 25일 별세했다. 여왕이 주선한 웨스터민스터 묘역 대신 런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묻어달라는 게 그의 유언 중 하나였다고 한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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