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방송인들 출연 '신서유기'
아이돌 등 개인방송 코너 'V앱'
포털 접속만 하면 누구든 시청
폭력적·선정적 프로 난무해도
자체 제작 콘텐츠엔 규제 규정 없어
"방통융합 따라 영향력 갈수록 막강,
시대 맞게 구체화된 등급·심의 필요"
방송가 스타 나영석 PD가 연출하고 유명 방송인 강호동 이승기 은지원 이수근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는 지금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5회까지 공개돼 총 3,300만번 재생됐다. 하지만 ‘신서유기’는 법적으로 방송프로그램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지만 방송을 제작할 때 지키도록 돼 있는 심의 기준 등은 완전히 무시된다. 담배 브랜드 이름 대기 게임이 나오고,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 이름이 수시로 등장한다. 비속어도 난무한다. 그런데도 자체적으로 분류한 시청등급은 ‘전체 시청가’다.
포털사이트가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을 재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웹방송을 기획하는 등 실질적인 방송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존 등급분류, 심의 규정은 인터넷 콘텐츠를 전혀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인터넷 콘텐츠는 완전한 심의 무풍지대인 것이다.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에 따라 소비자들의 시청 관행은 이미 크게 바뀌었는데도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다수가 즐기는데 여전히 비주류 취급
네이버는 최근 ‘V앱’이라는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과 원더걸스, AOA, 카라 등 유명 연예인이 예고한 시간에 실시간으로 개인 방송을 하는 코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고 다시 보기도 가능하다. 인터넷 접속만 가능하면 누구나, 언제든 좋아하는 스타들의 생생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신서유기’와 마찬가지로 등급이나 심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영향력은 더 막강한데도 청소년 유해여부나 광고 노출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제작사의 선의를 믿어야 할 뿐 따로 마련된 제도가 없다.
현재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뮤직비디오 등 극장과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는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모두 등급분류와 심의 제도를 갖고 있다. 영화는 본편뿐 아니라 극장 상영 광고, 포스터까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영화 광고가 과도한 폭력성과 성적 표현을 담고 있으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만 상영된다. 영화 광고가 포털사이트에 공개될 때도 영등위의 심의를 받은 뒤 올려진다.
방송 역시 모든 프로그램 방영 전 해당 등급을 표시하도록 돼 있다. 만약 시청등급에 걸맞지 않은 내용이나 반사회적 내용을 담고 있거나 물의를 일으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의결을 거쳐 법정제재가 가해진다.
심의, 등급 적용할 규정 없어
이렇게 심의와 등급분류를 거친 콘텐츠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될 때는 같은 기준을 따른다. 청소년관람불가로 분류되면 포털사이트에서 성인 인증을 거쳐야만 볼 수 있다. 문제는 기존의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포털사이트가 자체적으로 기획 제작한 경우다. 이런 콘텐츠에 대해선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아예 없다. 관행적으로 인터넷 사업자가 자율 규제를 하지만 사실상 심의기능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심예원 네이버 홍보과장은 “(‘신서유기’ 같은) 웹콘텐츠는 제작사(tvN)가 올린 등급을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 전체시청가로 분류되고 사실상 폭넓은 연령이 즐기고 있는 ‘신서유기’에 노골적인 광고와 막말이 마구 등장하고 있다.
기존 심의시스템 안에 있는 영역이라 하더라도 인터넷용 광고영상물을 따로 제작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영화나 뮤직비디오가 과도한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담고 있어 시청등급이 높게 나오더라도, 제작사들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노출하기 위해 인터넷용 홍보영상은 내용을 다르게 만들어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는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대중들이 좀더 쉽게 접하도록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라도 포털사이트 광고는 전체관람가로 따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표현수위가 본편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성적 암시가 강한 현아, 스테파니 등의 뮤직비디오 티저영상이 인터넷에서 판을 친다.
방통융합에 맞는 제도 정비 절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이대열 방통심의위 홍보팀장은 “방송법상 심의는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을 잣대로 방송 심의를 적용하고 있어 (네이버 등) 정부의 방송 인허가를 받지 않은 사업자는 심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인터넷은 속성 상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를 둔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송과 수신 방식만 다를 뿐 방송과 인터넷의 구분은 이미 뭉개졌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은 전파보다 더 무차별적으로 다수 대중이 대중문화를 접하는 경로로 자리잡았다. 지난 2월 방통위가 발표한 ‘2014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방송 이용은 급속히 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일주일에 하루 이상 방송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비율(25.8%)은 2013년(23.7%)보다 2.1%포인트 증가했다.
학계에선 방통융합시대에 걸맞는 등급과 심의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제에 방송프로그램 사전 제작제를 정착시켜 프로그램에 대한 좀 더 세분화된 등급 분류와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신서유기’처럼 새 유형의 방송이 나오면서 담배나 의료상품, 유흥업소 등 광고 금지 대상까지 간접광고(PPL) 품목이 될 수 있다”며 “(전달 주체가 기준이 아닌)콘텐츠 내용에 대한 좀 더 구체화된 등급제와 심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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