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Conversation (회화의 비법)
초등학교 5학년쯤 되면 아이들은 글쓰기를 시작한다. 일기를 쓰든 하루 일과의 daily journal을 쓰든, 빠지지 않고 듣는 가르침이 있다. ‘동의어를 반복하지 마라, 새로운 말이나 색다른 말을 사용하도록 하라.’(Don’t repeat yourself. Choose a new word) 이러한 지적은 어른이 된 뒤에도 계속되어 논문과 유명 신문의 사설(editorial)에서도 규범으로 자리잡았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의어 반복 사례는 final outcome 최종 결과 (결과는 최후의 것이므로 final은 불필요하다), original founder 최초의 설립자 (설립의 의미에 ‘맨 처음’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new innovation 새로운 혁신 (혁신에는 ‘새로운’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completely destroyed 완전히 박살난(destroyed는 ‘완전히’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등이 있다.
New York Times 사설의 경우 불과 몇 백 단어로 된 글에서도 하나의 주제에 등장하는 유사한 말이 많이 등장하지만 똑같은 단어를 다시 사용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물론 시(poem)에서는 운율 효과 때문에 반복 기법이 쓰이고 일반 문장에서도 강조 효과를 위해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Martin Luther King의 연설 ‘I Have a Dream’은 반복되는 구절 때문에 오히려 명문장이 된 경우다. 만약 이 문장을 새롭게 쓰기 위해 유사한 문장 ‘I have a hope’ ‘I have a fantasy’ ‘I have a realistic nocturnal virtual reality event’ 등으로 교체해가며 말했다면 speech의 의도가 흐려졌을 것이다. 간단한 대화체 문장에서 ‘But some day one day, We’ll come home’은 단순한 문장이라기보다는 능숙한 반복 재생 표현기법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만약 논문이나 사설 같은 논리적인 글에서 이런 식의 동의어 반복을 하면 내용과 상관없이 독자의 짜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신문 사설의 경우 하나의 주제어마저 돌려가며 표현한다. 그래야 문장이 신선하게 읽히고 유사어 반복이 주는 은근한 강조가 덜 짜증스럽게 전개된다. 게다가 영어는 동의어 반복을 피하기 좋은 언어다. 오늘날의 영어는 고전 영어가 120여개 언어를 흡수하며 발전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Crystal, 1995).
‘질문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에는 ‘ask’ ‘question’ ‘interrogate’ 등이 있다. ‘ask’는 고전 영어, ‘question’은 불어, ‘interrogate’은 라틴어에서 온 말이다. 따라서 어느 단어를 선택해 쓰느냐에 따라 의미도 어감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말할 때마다 새로운 유의어를 뱉어내는 능력은 그만큼 언어 능력이 앞서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