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낙하산 온상' 지적
최근 5년간 산업은행 퇴직자들 가운데 재취업에 성공한 43명이 모두 자회사와 거래기업에 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재직 중에는 거래기업의 자문역으로 억대 연봉을 받고 퇴직 후 해당회사에 재취업한 사례도 있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산은 출신 재취업자 43명 전원이 산은 자회사, 투자ㆍ대출회사 등 거래기업에 재취업해다”며 “이 가운데 81%인 35명은 퇴직 후 1개월 이내에 새 직장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산은이 지분을 갖고 있거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에 취업한 퇴직 임직원이 102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퇴직자들의 재취업 전후로 해당 기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 의원에 따르면 산은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직전·직후 1개월간 추가로 신규 대출이나 대출연장이 이뤄진 기업은 16곳이나 됐다. 예컨대 산은 중부지역 본부장이 강남순환도로 부사장으로 이직한 다음 달인 2013년 3월 산은은 이 회사에 2억원을 투자하고, 이틀 뒤 38억원의 대출이 나갔다.
올해 상반기 3조원의 손실이 발생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억대 연봉의 자문·고문 고용을 방치해 온 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산은에서 받은 ‘대우조선해양 자문·고문 현황’을 근거로 “과거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음에도 2004년부터 특별한 실적도 없이 거액의 연봉과 돈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의 자문역이 60명에 이른다”며 이들이 8,800만원의 평균 연봉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 가운데 최고 대우를 받은 남상태 전 사장은 퇴임 후인 2012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2년간 받은 급여가 2억5,700만원에 달했다.
특히 산은 출신이 직접 자문이나 고문역으로 일한 사례도 4명이나 됐다. 김유훈 전 산은 재무관리본부장의 경우 2012년 3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1년여 동안 자문역으로 급여 1억5,200만원에 사무실 임대료 7,800만원과 차량 운용비 1,80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작년 말 회사를 퇴직한 후 석 달 만에 대우조선해양의 부사장(CFO)으로 재취업했다. 산은 출신인 이윤우 전 부총재(2014년 4월∼2015년 3월, 급여 1억3,800만원), 김갑중 부행장(2015년 4월∼8월, 급여 5,100만원), 허종욱 전 이사(2009년 4월∼2010년 4월, 급여 4,800만원)도 대우조선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이 의원은 “산은 퇴직임직원들이 대출을 많이 해준 기업이나 투자를 한 기업에 내려가 부실문제를 인지해도 온정주의 때문에 부실처리를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런 감독의무 태만과 유착은 대우조선의 부실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홍기택 산은 회장은 이 같은 지적이 빗발치자 “제도적 투명성 담보를 위해 전문성과 필요성 등을 판단해서 재취업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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