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코미디 빅리그’가 출연자들끼리 신체 부위를 과도하게 만지고 수 차례 뺨을 때리는 등 폭력적인 장면을 그대로 방송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세 이상 시청가능한 이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수 차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주의를 받았지만 시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일 방송된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갑과 을’에서는 레스토랑에 간 불량한 남성이 터무니없는 요구로 종업원들을 괴롭히는 설정이 나왔다. 이 남성은 여성 종업원이 말을 안 듣는다며 손으로 여성 종업원의 배를 움켜쥐고는 “주물러줘야 지방이 빠져”라고 말했다. 잠시 후 이 종업원도 셔츠를 벗은 남성의 가슴을 두 손으로 힘껏 움켜쥐며 “젖살 빼 주는 거야!”라고 외친다. 다른 코너에선 한 개그우먼이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쥐고 흔들며 본인 소개를 하는 민망한 장면이 나온다.
폭력과 폭언도 빈번하다. ‘갑과 을’의 출연자들은 코너 말미에 돌아가며 서로의 뺨을 세게 내리쳤고, “개 같은 소리” “등신 같은 놈”이란 욕설도 그대로 전파를 탔다.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수시로 뺨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폭력이 자주 등장해 보기 부담스럽다” “즐겁게 보다가도 욕이 난무하는 일부 코너 때문에 실망스럽다"”는 글이 올라왔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주말 기준 오전 7시~오후 10시)에 방송된 이 프로그램이 여성 외모 비하 및 남녀의 성기 및 가슴 크기 등을 코미디 소재로 사용하고 욕설을 언급해 방송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며 올해에만 두 차례의 경고 등 법정제재를 내렸다. 제작진은 그때마다 “심의 결과를 존중한다.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케이블 채널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만큼 개그맨들의 표현 수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시청등급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폭력적인 코미디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한석현 팀장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엔 분명 지나친 설정이 많다”며 “방송 녹화 자체를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시청등급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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