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설립 청사진이 공개돼 21일부터 모금을 시작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는 시중 5개 은행을 통해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기부를 받아 공익신탁 형태의 청년희망펀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익성을 살리면서 공정ㆍ투명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공익신탁 형태로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기부자들에게 일반 펀드처럼 수익이 배분되진 않지만 기부자는 기부 금액의 15%, 3,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사회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실천과 국민 참여 확대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15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설립을 지시한 이후 6일만에 서둘러 발표된 탓인지 청년희망펀드는 좋은 취지와 달리 허점투성이다. 정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하면서 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를 쓰겠다는 구체 계획은 물론 모금 목표액과 기간, 신탁운영 기간 등 기본정보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앞으로 국민 아이디어를 공모해 구직 애로 해소,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는데, 통상적 업무 추진의 기본 절차와 우선순위조차 뒤바뀌어 있어 어리둥절하다.
정부는 기부의 자발성을 강조했으나 대통령과 총리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마당이어서 공무원 사회 등 공공 부문의 경우 ‘강요된 자발’이 작동할 여지가 충분하다. 순수 개인 차원의 기부를 원칙으로 하고 기업의 기부는 가급적 지양한다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박 대통령과 황 총리가 기부를 천명한 다음날 한 대기업 회장은 발 빠르게 20억 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기업들은 총수 개인자금 출연, 임직원 명의 동원 등 다양한 형태로 자발성을 포장하려 들게 뻔하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청년희망펀드의 생명력과 효력은 오래 갈 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청년희망펀드는 근본적인 청년 일자리 창출 대책이 아니다.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보조 대책이 필요하다면 국가재정을 투입해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월급의 몇%를 기부하는 식이 아니라 아예 전체 공무원 임금 예산을 삭감하거나 부자 증세,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민간 기부에 의지하는 것보다 적극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이다. 민간의 참여와 지원을 호소할 때도 정당성이 있다. 청년희망펀드가 공공ㆍ민간 부문 손목 비틀기라는 원성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이 제도의 전후좌우를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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