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신인 박종훈은 '거인 킬러', 김광현은 kt 만나면 맥 못춰
경험 통한 자신감 심리적 우위
투수 교체·대타 등에 적극 활용
물고 물리는 천적 관계를 바라보는 프로야구 사령탑들은 “상대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야구는 종목 특성상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좋은 기억을 갖고 있으면 결과도 따라오는 반면 기를 먼저 뺏기고 들어가면 그대로 당할 확률이 높다. 일례로 NC는 넥센에 12승2패로 강하지만, 반대로 LG를 만나면 4승1무9패로 열세를 보였다. 반면 LG는 넥센에 6승10패로 약했다. 감독들은 이런 먹이사슬을 바탕으로 선발 투수를 표적 등판시키거나 승부처에서 데이터를 보고 대타를 쓴다.
거인 킬러 박종훈, 쌍둥이 잡는 양현종
SK 신형 잠수함투수 박종훈(24)은 올해 새롭게 떠오른 ‘거인 킬러’다. 이번 시즌 롯데전에 5차례 나가 2승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했다. 박종훈은 지난 18일 엿새 휴식 후 표적 등판으로 롯데전에 출격해 7이닝 1실점으로 팀이 5위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또한 땅바닥 바로 위에서 던지는 독특한 투구 폼에 외국인 타자들의 천적으로 군림했다. 박종훈에게 유일하게 4안타를 친 KIA 브렛 필은 “쉽게 볼 수 없는 스타일”이라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박종훈은 “(필에게) 맞은 안타 중 3개는 빗맞은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각 팀 에이스들이 유독 LG에 강한 점도 눈길을 끈다. KIA 양현종은 5차례 선발 등판해 4승을 거뒀다. 30⅔이닝 동안 자책점은 3점뿐이다. 평균자책점은 0.88. SK 김광현 또한 LG와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28이닝 5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은 1.61이며 한 차례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넥센 앤디 밴헤켄도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다.
다승왕 라이벌 두산 유희관과 NC 에릭 해커는 각각 한화, KIA를 상대로 재미를 봤다. 유희관은 한화전에 5번 선발 등판해 4승 평균자책점 1.96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해커는 KIA전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63을 찍었다.
에이스 잡는 4번 타자 박병호
넥센 박병호는 ‘에이스 킬러’다. 양현종을 상대로 타율 0.667(6타수 4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4안타 중 3개가 장타다. 1개는 홈런, 2개는 2루타다. 유희관을 맞아서도 타율 0.556(9타수 5안타 1홈런)으로 잘 쳤다. 삼성 윤성환에게는 타율 0.500(6타수 3안타), 롯데 조쉬 린드블럼에게는 타율 0.385(13타수 5안타 1홈런)를 기록했다. 반면 김광현에게는 지난 시즌부터 약했다. 2014년 8타수 1안타에 그쳤고 올해도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반면 김광현은 kt 타자들만 만나면 어깨를 펴지 못했다. 올해 kt전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9.00에 달한다. 앤디 마르테가 타율 0.700(10타수 7안타)으로 가장 잘 쳤다. 홈런 3개와 타점 7개를 쓸어 담았다. 또 박경수(8타수 5안타)와 김상현(10타수 5안타 1홈런), 이대형(9타수 4안타) 등이 김광현의 공에 자신 있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양현종은 넥센 중심타자 박병호와 유한준(6타수 4안타 1홈런)을 상대로 주춤했지만 삼성 간판 타자 최형우(7타수 무안타)와 이승엽(6타수 1안타)은 확실히 틀어 막았다. 윤성환은 롯데 강민호(12타수 5안타 3홈런)만 만나면 작아졌고, NC 해커는 SK 최정(4타수 3안타 1홈런 2루타 1개)한테 힘을 못썼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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