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세계적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 영 옥스퍼드대 석좌교수가 최근 폭탄으로 오인받은 시계를 갖고 등교했다가 테러리스트로 몰렸던 미 텍사스의 무슬림 고교생 아흐메드 모하메드(14)에 대해 “일부러 체포되고 싶어서 벌인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수단 이민자 부모를 둔 모하메드는 지난 14일 자신이 직접 만든 디지털 알람시계를 교실에 가져왔다가 폭발물을 소지했다는 교사의 신고로 현장에서 수갑이 채워져 경찰에 넘겨졌고, 사흘 동안 정학을 당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모하메드는 피부색과 종교가 주는 편견으로 피해를 본 ‘과학 수재’로 불리더니 트위터(twitter)사로부터 인턴과정을 제안받는가 하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관계자로부터는 학교투어 초청을 받기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트위터로 모하메드를 칭찬했고,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언가 발명한다는 일은 칭찬받아야 마땅하지 체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히며 모하메드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도킨스 교수는 2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상품으로 파는 시계를 상자에서 꺼내 마치 자기가 만든 것처럼 자랑하는 행동은 옳지 않다”라고 밝히며 모하메드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위해 가짜 발명품을 가지고 등교해 일부러 체포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사들의 관심을 원해 벌인 행동일 것”이라며 “만일 모하메드의 시계가 일반적인 시계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면 창의적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장난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도킨스 교수는 모하메드의 시계가 가짜이며 사기라고 주장하는 다른 네티즌의 동영상을 트위터에 첨부하기까지 했다.
다만 도킨스 교수는 자신의 트윗이 모하메드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으로 읽히는 것에 부담을 느꼈는지 한 발 후퇴하는 듯한 말로 논쟁을 마쳤다. 그는 “진실을 규명하길 원하는 내 열정이 지나쳤다면 사과한다”라고 밝히며 “오바마 대통령이 소년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라는 소식을 리트윗(다른 사람의 트윗을 재전송)하는 것으로 모하메드에 대한 트윗 릴레이를 멈췄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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