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만년 유망주에서 팀의 4번 타자로 거듭난 SK 정의윤(29)은 최근 얼굴 표정이 밝다. 팀이 '가을 야구'에 한 발 다가선 데다 오렛동안 담고 있었던 야구에 대한 갈증을 말끔히 씻어내는 호쾌한 타격을 하고 있으니 매일 매일 힘이 생긴다.
지난 7월24일 LG에서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갈아입은 정의윤은 20일 현재 이적 후 48경기에서 벌써 11개의 홈런을 쳤고 타점 36개를 쓸어 담았다. 잘 치던 선수도 4번 자리에만 가면 고전하던 SK는 듬직한 타자를 얻은 셈이다.
정의윤은 LG 입단 동기 박병호(29•넥센)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박병호는 2011년 7월31일 LG를 떠나 넥센에 새 둥지를 틀고 그해 51경기에서 12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2012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올 시즌 역시 부문 1위다. 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도 추진한다.
정의윤은 "감히 나는 (박)병호와 비교가 안 된다"며 "올해 끝나고 꾸준히 더 잘해야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머리 속에 두 가지 꿈을 그렸다. 그는 "병호의 이적 첫 해 홈런 기록(12개)을 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승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SK 이적 후 활약 비결은.
"정말 잘 하고 싶었다. 나를 잘 데려왔다는 소리도 듣고 싶었다. 김용희 (SK) 감독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편하게 해준다.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이 내게 가장 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경배 타격코치의 조언을 많이 받아 타격 자세부터 방망이(종전 길이 33.5인치 무게 880g→34인치 900g)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다 바꿨다는데.
"코치님이 손의 위치와 방망이 드는 자세 등을 많이 알려줬다.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가운데서 배운 대로 계속 시도하다 보니 '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타구를) 우측으로 많이 보내려고 신경을 썼는데 밀어친 홈런이 2개가 나왔다. 프로에서 쳐본 적이 없었던 방향이라 정말 기뻤다."
-평소에 야구 생각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쉬웠으면 좋겠는데. 밤에도 야구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날 못 친 것이 생각난다."
-LG에 있을 때보다 타석에서 여유가 느껴지는데.
"지난해 5월 말 이후 전력 외 선수였다. 예전에는 첫 타석에서 못 치면 언제 교체되나 눈치를 봤다. 타석에 서더라도 '언제 교체되나' 생각하며 더그아웃을 봤다. 이제 첫 타석에서 못 치더라도 3번의 기회가 더 있다고 생각하니 다음에는 어떻게 칠지 연구를 하는데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트레이드로 큰 전환점을 마련한 박병호과 자꾸 비교하는 말들이 나오는데.
"감히 나는 비교 상대가 안 된다. 올해 끝나고 꾸준히 더 잘해야 한다. (박)병호의 이적 첫 해 홈런 기록(12개)까지 1개 남았는데 넘었으면 좋겠고 우승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사진=SK 정의윤(오른쪽).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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