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폭스바겐 등 건물 한 동씩 점령 시선 압도
4개 층에 주제별로 차량 전시…개성·역동성 넘치는 영상들
BMW회장 발표중 쓰러져 충격도
보쉬·ZF 등 부품업체도 적극 홍보, 경기 회복 희망 반영돼 활기 가득
지난 17일 개막해 27일까지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슬로건은 ‘모빌리티 커넥츠(Mobility Connects)’다.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 최근 업계의 중요한 화두인 자동차와 통신의 연결이 가장 돋보이는 주제였다.
모터쇼에 참여한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내일의 기술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이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이전에 나온 기술이 조금씩 더 섬세해지고 발전했을 뿐 자동차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혁신적이지 않다.
그래도 모터쇼는 활기로 가득했다. 유럽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이 반영돼 한동안 어려움을 겪던 브랜드들이 제품과 마케팅에서 공격적 자세를 보인 덕분이다.
독일 대표 모터쇼 답게 독일 브랜드들이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드는 다임러, BMW, 폭스바겐이 각각 건물 한 동씩을 차지했다. 폭스바겐 그룹의 아우디는 전시장 안 중앙광장에 아예 새로운 건물을 하나 짓고 따로 홍보에 나섰다. 판매 차종이 워낙 다양해 모든 차를 전시하려면 커다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일차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전시장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2층 구조의 BMW 전시관은 고가도로가 놓여 있다. 덕분에 관람객은 여기 올라가 전시 차량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아우디는 전시관 내 천장 가까운 사방 벽면에 4가지 최신 모델을 수직에 가깝게 올려 놓았다. 이 차들은 천천히 회전 하면서 달라지는 주변 영상과 함께 역동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여러 브랜드가 모인 폭스바겐 전시관은 한 공간에 브랜드마다 다른 개성으로 꾸민 작은 전시관을 만들어 놓아 마치 또 하나의 작은 모터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메르세데스-벤츠 전시관이었다. 포럼이라는 이름의 전시관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 전시공간 맨 위로 올라갔다가 나선형 통로로 걸어 내려오며 전시물을 관람하는 방식이다.
판매 차량을 주제별로 묶어 전시하고 가장 마지막에 이번 모터쇼에서 데뷔한 모델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브랜드 역사와 전통, 폭넓은 스펙트럼을 고루 경험할 수 있는 구성이다.
이번 모터쇼의 첫 언론 행사는 BMW가 장식했는데 첫 발표를 맡은 하랄트 크뤼거 BMW AG 이사회장이 발표 도중 쓰러져 현장에 있던 수백명의 전세계 기자들과 인터넷으로 이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충격을 줬다. 크뤼거 회장은 다행히 응급처치 후 병원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벼운 현기증으로 판명됐지만 50대 젊은 나이의 그가 쓰러진 것을 두고 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고 경영자가 받는 스트레스를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기자들 사이에서 오갔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승용차 중심의 행사지만 완성차 이외 업체나 단체가 차지하는 전시공간도 상당히 넓다. 유명 부품 공급업체는 물론 자동차 용품 및 튜닝 업체도 구석구석 자리를 채웠다.
특히 보쉬, ZF 등 대형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와 비슷한 규모로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볼 수 없었던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도 이곳에서 전시관을 크게 차리고 적극적으로 언론 행사를 진행했다. 국내 시장에 대한 역차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제품을 바라보고 취급하는 시장의 태도가 국내와 독일이 크게 다른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차 옆에 서는 여성들의 모습과 역할이 국내 모터쇼와 사뭇 다르다. 그들은 기자의 카메라 렌즈가 전시된 차를 향하는 것을 발견하면 대개 자리를 피한다. 사진에 차가 잘 나오도록 하는 배려다. 물론 차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주 일부일 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차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그러다가 차를 둘러보는 사람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다가와 설명을 해 준다. 그들은 도우미이지 모델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독일)=글ㆍ사진 류청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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