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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기술 보유한 스타트업에 십시일반 후원… 혁신기업을 키운다

입력
2015.09.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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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투자자 쉽게 모으고

입소문 나면 홍보효과는 덤

벤처 투자자들도 예의주시

1회성이라 지속적 모금 한계

국내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

'영철버거' 살리기 일단 성공적

1. 국내 기업 요크의 태양광 스마트폰 충전기 솔라페이퍼
1. 국내 기업 요크의 태양광 스마트폰 충전기 솔라페이퍼

약 6년전 킥스타터의 등장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이 개인이나 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찾아내 투자하는 것은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의 일이다. 그런데 일반 대중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서 지원하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개인이나 기업도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 크라우드펀딩, 이렇게 작동한다

즉, 크라우드 펀딩이 새로운 모험자본 역할을 하며 혁신의 물꼬를 튼 것이다. 크라우드펀딩플렛폼은 수많은 하드웨어분야의 창업 초기기업(스타트업)이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해 주는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이렇게 작동된다. 가령 태양광을 통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한 스타트업을 예로 들자. 이 회사는 시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최소 비용인 5,000만원을 모금하고 초기 고객도 확보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할 수 있다.

원래 제품가격을 개당 12만원으로 설정했지만 선주문한 고객 300명에게 8만원으로 할인해준다. 그리고 100만원을 후원한 사람에게는 더 싸게 제공하는 식으로 다양한 후원금액을 설정한다.

경우에 따라 단지 응원 표시로 1만원만 후원하는 투자자에게 기념품 티셔츠를 보내주는 식으로 다양한 특전도 준다. 이후 제품 특징을 설명하는 홍보동영상을 만들어 크라우드펀딩 페이지에 공개한다. 제품이 매력적일수록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져나가 홍보가 된다.

이를 후원하는 고객은 자신에게 맞는 신기한 제품을 선주문하고 응원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5,000만원의 목표금액을 달성해야 기부를 약속한 고객에게 후원금이 청구된다. 목표액 달성에 실패하면 돈이 한 푼도 모금되지 않고 해당 프로젝트는 없던 일이 된다. 더러 인디고고처럼 일부 크라우드펀딩사이트는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해도 기부액을 받도록 해주는 곳도 있다.

성공한 프로젝트 모금액의 5%는 크라우드펀딩사이트가 플랫폼 사용료로 가져간다. 여기에보통 3%내외 카드 결제수수료를 따로 부담하고 나면 프로젝트를 진행한 업체나 개인이 모금액의 92% 안팎을 갖는다.

2. 삼성전자가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미국 간편결제업체 루프페이
2. 삼성전자가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미국 간편결제업체 루프페이

● 요크와 루프페이가 세운 크라우드 펀딩 신화

위의 가정은 실제로 일어났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인 요크는 지난 7월초 초경량 태양광 스마트폰 충전기 '솔라페이퍼’개발을 위해 킥스타터에 크라우드펀딩을 신청했다. 목표 모금액은 5만달러였다. 솔라페이퍼는 아주 얇은 태양광패널을 야외에 펴두면 2시간30분만에 스마트폰 한대를 충전시킬 수 있는 제품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SNS에서 입소문이 나며 불과 몇시간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44일만에 100만달러를 넘겼다. 킥스타터에 줄 수수료와 카드수수료를 빼고도 1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요크는 6,297명의 얼리아답터 고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제품이 SNS에서 화제가 되며 CNBC 등 많은 해외언론에 소개돼 공짜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이처럼 크라우드펀딩 진행자는 투자자를 통하지 않고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또 얼리어답터 그룹에게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캠페인이 소문 나면 큰 모금액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홍보효과까지 누린다.

킥스타터를 통해서 꼭 대박을 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어느 정도 주목을 끌면 언론의 취재가 이뤄지며 자연스럽게 소셜마케팅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혁신적인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벤처투자자들은 크라우드펀딩을 예의 주시한다.

아무리 기발한 제품도 시장에 내놓기 전에 고객 반응을 알기 힘들다. 그런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는 제품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미리 측정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벤처투자자들이 크라우드펀딩을 예의 주시하는 이유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크라우드펀딩플랫폼 인디고고에서 새로운 제품을 발굴하는 일을 하는 앤드류 송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우리에게 요즘 좋은 회사없느냐고 묻는다”며 “인디고고가 아이디어의 성공여부를 가려내는 리트머스시험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와 올해 인수한 스마트씽스와 루프페이는 모두 킥스타터를 통해 처음 데뷔했다. 삼성전자는 마그네틱 신용카드 결제시 나오는 자기장을 발생시켜 신용카드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만 결제 할 수 있는 루프페이를 2013년 말부터 킥스타터를 통해 눈여겨 봤다. 루프페이는 당시 1억원대를 모금하며 1,400여명의 사전 사용자를 확보했다.

루프페이는 킥스타터 덕분에 화제를 모으며 올해 초 2억5,000만달러의 거액을 받고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지금 루프페이는 삼성전자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의 밑거름이 됐다.

3.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패트리온
3.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패트리온

●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패트리온

물론 크라우드펀딩도 단점이 있다. 1회성 프로젝트만 모금이 가능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에게 적합하지 않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한 크라우드펀딩서비스도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밴드활동을 하던 잭 콩트는 3개월 동안 매일 18시간씩 작업을 해 ‘페달스’라는 독특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제작에 1만달러가 들었다. 그는 이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려 100만번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상당한 수준의 광고매출을 기대했지만 첫 달 광고수익은 142달러였다.

하지만 잭은 포기하지 않고 킥스타터의 단점을 보완해 줄 창작자들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1회성 모금으로 끝나지 않고 팟캐스트제작자, 음악가, 웹툰 작가 등 이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을 때마다 후원자들이 매번 일정 금액을 모금해주는 크라우드펀딩모델이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스탠포드대학 동기인 샘과 함께 사업화 해 패트리온을 창업했다.

패트리온은 소설가, 가수, 웹툰작가 등 창작자들이 새로운 작품을 온라인에 올릴 때 마다 후원금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아만다 팔머라는 유명 인디가수는 패트리온을 통해 6,000명의 후원자를 확보했다. 그가 새로운 곡을 올릴 때마다 자동적으로 3만6,000만달러가 모금된다. 창작자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크라우드펀딩이 마련해 준 셈이다.

4. 고려대 앞 영철버거를 살리기 위한 '비긴어게인 영철버거'는 크라우드펀딩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4. 고려대 앞 영철버거를 살리기 위한 '비긴어게인 영철버거'는 크라우드펀딩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 더 많은 와디즈와 텀블벅이 필요

이처럼 해외에서는 수백 종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등장해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돕는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도 생소하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금융포럼에 참가한 영국 연사가 수백명 청중을 일어나라고 한 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기부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앉으라”고 주문했다. 그때 필자를 제외하고 수백명 청중이 대부분 앉아버려서 당황스러웠던 일이 있다.

이후 강연을 할 때마다 크라우드펀딩 경험자가 있는 지 청중들에게 묻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대부분의 청중은 크라우드펀딩을 잘 모른다.

그나마 국내에서 성업 중인 크라우드펀딩서비스는 와디즈와 텀블벅이 대표적이다. 특히 고려대학생들이 지난 7월 폐업한 고려대의 명물 '영철버거’를 다시 살리기 위해 와디즈에서 시작한 '비긴어게인 영철버거’펀딩은 현재 1,600여명이 5,000만원 가까운 금액을 모금했다.

크라우드펀딩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초기자금과 고객을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꺼져가는 국내 제조업에 희망을 줄 수 있다. 창의적 창작자들에게 지속적인 수입원을 만들어줄 수 있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소셜프로젝트를 키우는 자금원이 될 수도 있다. 크라우드펀딩이 국내에서도 빨리 대중화 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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