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찾아가 다툼… 흉기 소지도
피해망상에 보복극 계획한 듯
"경찰 수사, 金 진술에만 의존" 비판
‘트렁크 살인 사건’ 피의자 김일곤(48)이 평소 원한 관계에 있던 남성을 유인해 살해할 목적으로 숨진 피해자 주모(35ㆍ여)씨를 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0일 브리핑을 열어 “김씨가 올해 5월 자신과 폭행 시비가 붙었던 A씨에게 복수하기 위해 주씨를 납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골목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승용차를 몰던 20대 중반의 A씨와 차선 문제로 다투다가 A씨의 멱살을 잡는 등의 폭행 혐의가 인정돼 5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A씨는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불만을 품은 김씨는 8월 초까지 7차례에 걸쳐 A씨가 일하는 노래방을 찾아가 다툼을 벌였고, 이 중 한 번은 흉기를 소지한 채 협박도 했다. 그러나 A씨가 욕설로 맞서며 물러서지 않자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A씨가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사실에 착안, 여성을 납치해 ‘노래방 도우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식으로 A씨를 유인한 뒤 살해할 계획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미수에 그친 일산 여성 납치 건도 같은 이유로 범행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고위 간부는 “현재로선 김씨가 사회에 대한 증오를 해소하기 위해 불특정 여성을 노렸다기보다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잘 짜인 복수극을 계획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김씨가 복수 명단에서 언급한 28명 중 가장 최근 연루된 사건 관계자였으며, 나머지 27명에 대해선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12월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 판정의 적정성 여부를 감정하는 손해보험협회를 찾아가 더 높은 장애등급을 받게 해 달라며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당시 김씨가 직원들에게 연쇄 살인범 유영철을 언급하며 ‘유영철 아느냐? 나는 유영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다’라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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