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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균형 눈치에 비판 기사 뒤로… 선정적 뉴스 위주 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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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균형 눈치에 비판 기사 뒤로… 선정적 뉴스 위주 배열"

입력
2015.09.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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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받는 뉴스 하루 2만~3만건

중복 단어 중심 자동 분류 SW 사용

큐레이터가 위치ㆍ노출 여부 등 판단

제목은 저작권 위반에 손 안 대

트래픽 유발로 수익 극대화 추구

호기심 자극하는 기사들 전면배치

중립성 논란에 자기검열 행태까지

새누리당에서 제기한 포털 뉴스의 정치적 편향성과 관련해 논란이 된 것은 포털 뉴스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포털 뉴스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계적 알고리즘을 거치지 않고 사람 손으로 편집하다 보니 뉴스가 편향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김무성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포털이 뉴스 검색 결과와 순서배치 등에 대한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국내 양대 포털의 뉴스 편집 과정을 들여다 봤다. 우선 양대 포털은 각 사의 뉴스 서비스 방침을 ‘현재 진행형 9시 뉴스’라고 소개했다. 즉 시시각각 발생하는 사건을 실시간 위주로 소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뜻이다.

기계적 알고리즘과 수작업이 섞인 포털의 ‘현재 진행형 9시뉴스’

이를 위해 양대 포털은 언론사들과 제휴를 맺고 뉴스서비스에 이들이 공급하는 뉴스만 노출한다. 제휴매체는 네이버 80여개, 다음카카오 140여개사에 이른다.

포털들이 제휴를 맺은 매체로부터 공급 받는 뉴스는 하루 평균 2만~3만건이다. 이를 1차적으로 자동 분류 프로그램이 우선 분류한다. 자동 분류 프로그램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뉴스를 분류하는 소프트웨어로, 기계적 알고리즘이 바로 이 부분이다. 다음카카오는 이를 루빅스로 부르고, 네이버는 따로 명칭이 없다.

양대 포털의 기계적 알고리즘이 뉴스를 분류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겹치는 단어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즉 동일한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될 경우 이를 같은 성격의 기사로 분류한다.

대신 기계적 알고리즘은 기사의 중요도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신, 장문 기사, 사진 한 장 등을 동일하게 취급한다. 또 신뢰도가 높은 매체와 그렇지 못한 매체를 가려내지도 못한다. 그래서 양대 포털은 수십 년 연혁을 갖고 있는 언론사들에 가중치를 부여해 기계적 알고리즘이 이들 뉴스를 우선 분류하도록 한다. 국내 포털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구글도 처음에 가중치 없이 뉴스를 노출하다가 신뢰가 떨어지는 뉴스가 노출되자 지금은 일부 언론사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기계적 알고리즘이 기사 경중을 가려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 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양대 포털은 ‘큐레이터’라고 부르는 기사배열자를 따로 두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일반뉴스 20명, 연예 10명, 스포츠 15명 등 총 45명이 있으며 다음카카오는 40명을 두고 있다. 기사배열자들은 기사의 경중과 중요도를 따져 배열 위치나 우선 노출 여부를 결정한다. 기사배열자들은 팀장급의 경우 기존 유력 신문사 기자출신들이 맡고 있고 팀원들은 자체 육성 인력들이다.

따라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기계적 알고리즘과 사람의 편집이 적당히 섞였다. 단 양대 포털 모두 사람의 손을 거치더라도 정치권에서 문제 삼은 뉴스의 제목 편집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포털 관계자는 “제목을 고치면 저작권 위반이어서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야후는 뉴스 서비스의 경우 생산부터 배열까지 모두 기계적 알고리즘을 거치지 않고 사람 손에 의지한다. 이를 위해 아예 뉴스 서비스 업체를 인수했다. 애플도 뉴스 서비스를 위해 지난 6월 뉴스편집장 모집 공고를 내면서 ‘알고리즘에서 벗어난 스토리를 찾아낼 수 있는 언론인’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트위터도 괜찮은 트윗을 선별하는 인력을 별도로 운영한다.

포털 뉴스서비스의 메인화면에 어떤 뉴스들이 어떻게 배열됐는 지를 확인하려면 뉴스 서비스 페이지 하단에서 ‘기사 배열 이력’이라는 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이 메뉴는 1분 단위로 갱신되기 때문에 당일 기사는 물론이고 일자를 지정하면 과거 배열 이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언론사에서 기사를 수정하면 마찬가지로 관련 내력이 기록되지만 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포털 내부 기록으로만 남는다.

선정적ㆍ상업적으로 흐르는 뉴스의 연성화가 더 문제

국내 포털의 기계적 알고리즘과 사람의 수작업이 섞인 뉴스 배열은 새누리당이 주장한 정치적 편향성과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상업성 때문에 발생하는 지나친 뉴스의 연성화 문제다.

민간 사업자인 포털들은 철저하게 네티즌들을 많이 끌어 들여 광고단가 등 수익을 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뉴스 서비스의 배열은 정치적 편향이 아닌 철저하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연예, 스포츠 등 선정적인 기사 위주로 배열될 수 밖에 없다. 기사 건수도 단연 스포츠와 연예 분야가 많다.

이는 큐레이터 구성 인력을 봐도 여실히 알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정치 사회 경제 등 일반 뉴스 담당은 20명인데 비해 연예와 스포츠 담당은 25명이다. 포털들도 이 부분이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포털 관계자는 “접속량을 많이 늘려서 광고 단가를 높게 책정하는 등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는 사업 모델의 한계”라고 해명했다.

또 비판 기사를 홀대하는 측면도 있다. 즉 일종의 눈치보기에 따른 자기 검열이다. 포털 관계자는 “10여년 이상 뉴스를 다루면서 정치적 균형을 의식해 비판 기사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포털 관계자도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반복되면서 일부러 두루뭉실한 제목의 기사를 더 내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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