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예되자마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주요국 주가와 유가가 급락하고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는가 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으로 점치는 시각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 하루 뒤인 18일 미국과 유럽 증시는 금리인상 시점의 불확실성에 더해 세계경기 둔화에 대한 공포감에 짓눌렸다.
뉴욕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74%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1.61%)와 나스닥 지수(-1.36%)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앞서 마감된 유럽 증시도 독일(-3.06%), 프랑스(-2.56%), 영국(-1.34%) 등 주요국에서 모두 급락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미국과 유럽 증시 하락세가 연준마저 글로벌 경기를 우려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통상 저금리 기간이 길어지면 증시엔 호재로 통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세계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는 의미다. 연준이 성명에서 향후 금리 결정의 판단 기준으로 ‘국제적 상황’을 추가했고, 재닛 옐런 의장이 “최근 들어 해외 경제전망이 더 불확실해졌다”며 우려를 표한 것에 더 주목한 것이다. 이날 금융시장의 공포심리를 반영하는 미 시카고옵션 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5.39% 상승한 22.28을 기록했다.
이런 불안감은 국제유가에도 즉각 반영됐다. 이날 뉴욕 시장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4.73%나 급락한 배럴당 44.68달러에 마감됐다. 반면 안전자산인 국채와 금에는 돈이 몰렸다. 미 재무부채권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83% 떨어진(채권값 상승) 2.1336%를 기록했고 12월물 금 가격은 1.9% 상승하며 9월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전망이 갈수록 뒤로 미뤄지는 것 역시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18일 미국 기준금리 향방에 베팅하는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내년 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52%로 예상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올해 12월 인상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던 것에서 한 달 더 늦춘 것이다. 트레이더들의 예상대로 금리 인상 시기가 차일피일 늦춰진다면, 글로벌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면서 금융시장의 출렁임도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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