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정당 없을 것으로 예상 속 치프라스 "신민주당과 연정 없다"
신민주당은 시리자에 러브콜 "중도 정당이 핵심 역할할 것"
누가 정권잡든 긴축 큰 변화 없을 듯
극심한 경제 혼란 속에서 가까스로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성사시킨 그리스가 20일(현지시간) 조기총선을 실시했다. 올 1월 치른 총선에서 좌파 시리자가 승리한 것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과반 의석을 달성하는 정당이 없을 것으로 보여 연립정부 구성을 두고 적잖은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민간 정치경제연구소 ‘마크로폴리스’에 따르면 17, 18일 발표 여론조사 7건이 모두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지난 1월 총선 전까지 집권 당이었던 중도우파 신민주당의 지지율이 박빙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3건에서는 시리자가, 3건은 신민주당이 각각 1위로 조사됐으며 양당 간 격차는 1%포인트 미만이었다. 나머지 1건은 양대 정당의 지지율이 28%로 같았다.
특히 의회 300석 중 과반을 얻는 정당이 없을 것으로 보여 연정 구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당선이 유력한 시리자와 신민주당이 연정 구성 방식을 두고 이견이 커 당분간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치프라스 전 총리는 최근까지도 TV토론과 유세를 통해 “구 세력인 신민주당과는 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공표한 반면, 신민주당의 에반겔로스 메이마라키스 대표는 “위기를 타개하려면 거국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시리자에 연정을 제안하겠다고 수 차례 밝혀왔다. 이에 따라 중도 노선 정당이 연정 구성의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전했다.
이번 총선으로 들어설 새 정부가 그리스를 수년간의 경제 불안에서 탈출시키고 부활의 불씨를 피워낼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들 앞에는 금융시스템 복구와 예산안 및 연금체계 개혁, 사회안전기금 통합, 각종 민영화 등 내년 초까지 처리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선거는 그리스에게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라며 “안정적인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정당간의 양보가 필수적인데, 연정 구성이 늦어질 수록 자본통제가 오래 지속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도움도 줄어들고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도 차가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부분 정당이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정책 골자에 지지를 표하고 있어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든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어떠한 정부가 들어서든 이미 합의된 긴축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칼럼니스트 코스타스 이오르다니디스는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를 통해 “그리스가 해야 할 일은 모두 결정됐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이번 선거는 의미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수년간 극심한 실업난과 궁핍에 시달린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 30세 아테네 시민은 인디펜던트에 “앞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고, 더 혹독한 긴축에 시달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실망에 휩싸여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은행에서 해고된 카테리나 캐사누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누가 정권을 잡든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늦을 대로 늦어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