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과 국민적 저항을 빚은 일본의 안보관련 11개법 제ㆍ개정안(안보법안)이 19일 새벽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11개 법안은 지난 4월 ‘신(新) 미일 방위협력지침(신 가이드라인)’과 지난해 7월 아베 정부의 이른바 ‘해석 개헌’에 따라 물꼬가 트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를 담았다.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동맹국의 후방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한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과 자위대의 상시 해외파견을 가능하도록 한 국제평화지원법 등이다.
이로써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70년 만에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거듭났다. 아울러 전수방위(專守防衛) 빗장도 적잖이 풀려 자위대의 해외 군사활동 참여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방어를 위한 예비 공격’까지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보수파의 오랜 숙원이 풀린 것이자 일본의 변화를 동북아 재균형 전략의 핵심으로 여겨 온 미국의 의사가 관철된 셈이다.
우리는 일본의 군사역할 증대가 한반도 안보에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우려하지는 않는다. 안보법제 정비로 일본의 군사역할 증대에 탄력이 붙은 것은 확실하지만 어디까지나 미일 안보조약의 틀 안에서의 일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미국의 통제력이 약화하고 일본의 군사력이 증강돼도 동북아 안보지형에서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시대와 같은 ‘절대적 의미’를 누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의 비약적 국력 증대, 한국의 국력 신장 등 큰 변화의 결과다.
더욱이 북한의 군사위협에 한미동맹으로 맞서고 있는 우리의 안보 현실에 비추어 미일안보체제의 강화는 대북 안보체제의 내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국제사회는 일본이 전수방위 원칙과 평화발전의 길을 포기하는 것 아닌지 묻고 있다”고 강한 비난에 나선 중국과 같은 시각에 기댈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일본의 변화를 무조건 반길 수만도 없다. 고삐 풀린 일본 보수파의 의욕이 객관적 정세와 무관하게 군사력 증강으로 치달을 경우 중국과 북한 등을 자극해 동북아 군비증강 경쟁을 낳고, 그것이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떠오를 수 있다. 미일동맹 강화와 일본의 군사역할 증대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남중국해 등지에서의 유사시 우리의 안보전략을 크게 흔들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이 지금처럼 퇴행을 거듭해서는 일본 보수파의 망상(妄想)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어렵다.
한편 안보법안의 최종 통과를 앞두고 다수 헌법학자와 최고재판소(대법원) 판사 등 전문가들의 위헌 가능성 지적이 잇따랐고, 야당과 시민단체에 이어 1960년 ‘안보투쟁’ 이래 사실상 처음으로 학생들이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선 점이 이채롭다. 이번 법안 처리에 대한 일본 국민 다수의 반대와 자민당을 겨냥한 낙선운동 시작 등과 함께 일본 정치의 일방적 보수화 전망을 흐릴 만하다. 이 때문에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가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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