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업체 대표가 직접 담합 주도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휴대용 부탄가스 제조ㆍ판매 업체가 3년 6개월간 가격 담합을 주도해 온 사실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태양과 세안산업, 이 두 회사의 대표이자 대주주인 현모(58)씨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두 회사와 현씨는 2007년 9월~2011년 2월 맥선, 닥터하우스, 화산 등 동종업계 2~4위 업체들과 총 9차례에 걸쳐 가격 조정(인상 7회, 인하 2회)을 담합한 혐의다. 태양과 세안산업은 ‘썬연료’ 등 동일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ㆍ판매하는 계열사로, 두 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 합계는 70.8%(2013년 기준)에 달한다. 한국이 최대 시장인 업계 특성상 전 세계 시장 점유율도 60%대에 이른다. 썬연료는 ‘조강지처가 좋더라~’라는 광고 카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제품이다.
현씨는 2007년 초부터 이듬해 초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일식집 등에서 맥선, 닥터하우스 등의 대표와 세 차례 만나 가격 담합을 결의하는 등 사실상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들 간 기본 합의가 이뤄지자 실무 임원들은 골프 회동, 전화 통화 등을 하면서 가격 인상 또는 인하 폭을 정했다. 한 통당 1,000원 안팎인 부탄가스 값이 일제히 적게는 30원씩, 많게는 80원씩 오른 것은 그 결과였다.
검찰 관계자는 “식당 자영업자와 자취생 등이 애용하는 서민 용품을 대상으로 압도적 1위 사업자가 주도하고 업계 전부가 가격 담합에 참여한 경우”라며 “특히 대주주 겸 대표이사들이 직접 담합에 관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태양ㆍ세안산업에 과징금 249억원을 부과하면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나머지 업체들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등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만 받았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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