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수교 130주년 앞두고 파리서 '한국 지금'전 개막

생활공예·패션·그래픽디자인 등

내년 1월초까지 총 1400여점 전시

프랑스 관객들이 19일(현지시간) 파리 국립장식미술관에서 '한국 지금'전을 관람하고 있다. 옻칠 장인 정해조의 '오색광율(五色光律)' (아래부터), 도예가 권대섭의 '달항아리', 가구 디자이너 최병훈의 '잔상' 등 한국의 전통미를 담은 공예품에 현지 관람객들은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며 관심을 보였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서쪽에 있는 국립장식미술관에는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이 전통 한복을 변형해 만든 흰색 드레스들이 내걸렸다. 프랑스 관객들은 오로지 흰색, 오로지 한 재료로만 구성됐음에도 화려함을 뽐내는 진태옥의 드레스를 일일이 휴대폰으로 촬영하며 관심을 보였다. 옷이 전시된 부스 맞은편 벽에는 사진작가 구본창의 백자 사진이 슬라이드 쇼로 전시돼, 흰색 옷은 한국인의 전통적 미감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프랑스인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핵심으로 소개된 안상수의 한글을 활용한 작품들.

‘2015-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의 생활 공예품과 패션, 그래픽 디자인을 한 자리에 모은 ‘한국 지금’전이 파리에서 개막했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4명을 포함한 한국의 공예가 105개팀, 한복ㆍ패션 디자이너 24개팀, 그래픽 디자이너 22개팀이 참가해 총 1,400여점을 내년 1월 3일까지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전통 공예와 한복의 아름다움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공예 분야에서는 조기상과 김수영 장인처럼 옛 기술과 현대 디자인을 결합시킨 사례가 주로 소개됐다. 현대미술작가 이슬기는 누비이불을 만드는 조성연 장인과 협력해 화려한 색감을 드러내는 ‘이불 프로젝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가구 디자이너 권원덕은 대나무 발을 만드는 유배근 장인과 협력해 대나무 램프를 제작했다. 국립장식미술관 공예 큐레이터인 카린 라크멍은 “17세기 중국, 19세기 일본 문화가 유럽에서 유행한 것과 달리 한국의 문화는 덜 알려진 편”이라며 “서양인들이 동양의 전통에만 주목하는데 한국에는 과거와 미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공존한다는 점이 전시에서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전통 대나무공예를 연상시키는 의자

패션 디자인 전시는 앙드레 김ㆍ진태옥ㆍ이영희ㆍ이상봉 등 이미 프랑스에 진출한 패션 디자이너들이 중심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만든 김영석의 한복, 전통 속옷을 겉옷처럼 입을 수 있도록 재구성한 이혜순의 흰색 한복, 김영진의 활동성 뛰어난 붉은 치마 등은 한국 패션의 역사성을 드러냈다.

전통적 디자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현대적인 작품도 볼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 박원민은 합성수지를 주재료로 삼아 은은하고 반투명한 색상이 돋보이는 의자를 만들어냈다. 남성복 브랜드 ‘준지’로 파리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 정욱준의 검은색과 흰색 옷도 눈길을 끈다.

특히 그래픽디자인전은 1988년 ‘보고서ㆍ보고서’ 프로젝트를 통해 한글 글자를 그래픽 디자인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안상수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장의 작품을 중심으로 박금준ㆍ이재민ㆍ슬기와 민ㆍ워크룸 등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그래픽디자이너들의 책, 음반, 포스터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감독을 맡은 최범 디자인평론가는 “1980년대 이전 한국의 그래픽디자인은 산업디자인 혹은 정부의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사용되며 경직된 모습을 보였지만, 민주화와 서울올림픽 이후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하기 시작했다”며 “사실상 안상수 디자이너와 그 영향을 받은 이후 세대의 디자인을 조명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 기획을 위해 한국을 6차례나 방문한 올리비에 가베 국립장식미술관장은 이례적으로 2층 중앙 홀을 전시공간으로 내어주는 등 한국 공예전에 애착을 보였다. 그는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의 전통 문화가 어떻게 현대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전시”라고 설명하면서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인이라도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작가들은 이 행사를 계기로 프랑스 현지에서 한국적 미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90년대에 파리 컬렉션에 진출한 진태옥은 “프랑스의 명품 패션브랜드 전시가 이뤄진 곳에서 한국 패션이 소개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증거”라며 “감격적인 전시”라 말했다. 예술가구의 선구자로 1990년부터 파리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연 바 있는 최병훈 홍익대 미대 교수는 “파리의 화랑들이 이 전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ㆍ중국과는 다른 한국만의 공예문화를 프랑스인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리=글ㆍ사진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