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오는 22일(현지시간) 시작되는 정기 성지순례(하지) 기간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대테러부대, 소방·구조인력, 경찰 등 10만 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만수르 알투르키 사우디 내무부 대변인은 19일 AP통신에 이런 병력 배치 계획을 밝히면서 "사우디는 수년 전부터 테러 조직의 표적이 됐기 때문에 성지순례 기간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내무부는 성지순례가 이뤄지는 메카 부근의 미나 계곡에 임시 상황본부를 세우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에는 실시간 감시를 위해 폐쇄회로(CC)TV 5천대를 설치했다.
사우디 군경 특수부대는 앞서 전날 메카에서 모의 테러 진압 시범과 특공무술 등을 선보였다.
모하마드 빈나예프 알사우드 사우디 내무장관도 전날 "사우디 군경은 성지순례의 순수성을 오염시키고 알라의 손님(성지순례객)을 위험하게 하는 돌출 행동을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가 '테러'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우회적으로 표현했지만 최근 걸프 지역에까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적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준동하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한 셈이다.
올해 들어 사우디 내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만 IS와 연관된 세력이 저지른 테러가 3건 이나 발생했다.
특히 사우디와 인접한 예멘에서 시아파 반군과 종파 간 유혈 충돌이 6개월째 진행되는 터라 사우디 정부의 경계심이 바짝 높아졌다.
매년 정기 성시순례엔 사우디 국내외에서 무슬림 300만 명 정도가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찾는다.
한꺼번에 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면서 종종 대형 압사사고가 나기도 하며 2004년엔 성지순례객 사이에서 충돌이 벌어져 244명이 숨지는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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