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사회와 역사의 격변 속에서도 끈끈한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삶 속에 자리 잡아 왔다. 새벽을 깨우는 활기찬 목소리가 가득한 곳, 늦은 시간까지 상인들의 정겨운 인심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전통시장의 생생한 모습이다. 전국 1,389개 전통시장은 서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통로로 인생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담겨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이렇게 아주 오래 전부터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전통시장이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및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으로 유통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생활 패턴도 달라지면서 그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전통시장에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민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전통시장의 비중이 2010년 23.9%에서 2014년 19.5%로 크게 감소하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14년 감소폭이 0.3%에 불과하고 정책 지원을 받은 시장은 평균 5% 이상 매출이 증대했다는 점이다.
전통시장이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발전하려면 미래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젊은 층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전통시장 상인의 평균 연령이 56세인 현실을 감안한다면 젊은 고객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전통시장 내에 청년 상인들이 증가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내 빈 공간을 활용하여 청년창업자를 유치해 ‘청년몰’을 조성한 전주 남부시장의 성공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비보이, 통역사,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청년들이 화덕 피자를 구워내는 강화풍물시장, 청년들이 운영하는 4개의 가게가 모인 구로시장 내 영프라자의 경우 20~40대 젊은 고객들이 전통시장을 찾게 하여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12년 서울 금천교시장에서 5명의 청년장사꾼이 뭉쳐 창업한 ‘열정 감자’도 불과 3년 만에 11호 점을 열 정도로 성장하였다. 광주 대인시장을 비롯한 주말 야시장의 성공사례는 전통시장이 젊은이들이 모이는 문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시장은 미래의 거상을 꿈꾸는 열정적인 청년 장사꾼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청년들이 전통시장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 준비와 노하우가 필요하다. 전통시장은 과거의 방법을 답습하기보다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패기를 바탕으로 도전한다면 새로운 성공이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정부도 청년들의 도전에 힘을 실어주고 전통시장에 젊고 건강한 변화의 바람이 일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전통시장 내 청년 창업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였으며, 2016년부터는 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하여 청년몰을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ICT와 전통시장의 융합, 전통시장과 대학생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등 전통시장이 최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사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키워주고자 한다.
전통시장 내 청년 창업 유입으로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청년 실업 감소와 서민 경제 활성화라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청년 실업률 10%, 실질 실업자 116만명이라는 현실에서 정부는 우리 사회의 희망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가능성을 전통시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추석을 맞아 이것저것 준비할 물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사기에 온라인 몰이나 기업형 슈퍼마켓이 편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쯤 서서히 바뀌어 가는 인근 전통시장에 들러 추석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주변의 그런 관심이야말로 청년 상인들이 전통시장에 열정을 쏟아 붓고 거기서 꿈을 펼치도록 돕는 든든한 격려가 될 것이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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