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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뀐 순간, 아베는 국회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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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뀐 순간, 아베는 국회에 없었다

입력
2015.09.1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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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위권 법안처리에 日여야, 무박 4일간 처절한 공방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찬성 148표, 반대 90표로 법안은 가결됐습니다."

19일 오전 2시 18분 일본 국회 참의원 본회의장. 야마자키 마사아키(山崎正昭) 참의원 의장의 선언으로 일본의 평화헌법 체제를 흔드는 집단 자위권 법안이 통과됐다.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뀐 순간이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숙원 하나가 성취된 순간이었다.

집단 자위권 법제화는 '무박 4일'간 진행된 여야의 마지막 '혈전' 끝에 주말이 시작되는 새벽 시간대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격인 아베 총리는 총리 관저에 대기하느라 자리에 없었다.

일본 언론이 공개한 아베 총리의 동정에 따르면 그는 18일 오후 8시 중의원 본회의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여당의 반대로 부결됨에 따라 휴회가 선언되자 국회를 뒤로하고 총리 관저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안이 가결되자 본회의장 각료석에서는 주무 각료인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이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여당 의원들은 주먹을 불끈 쥐거나 박수를 쏟아내며 승리감과 안도감에 도취했고, 야당 의원들은 허탈한 발걸음을 회의장 밖으로 옮겼다.

표결은 마지막 5번째 토론자로 나선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의원의 연설이 끝난 뒤 오전 2시부터 진행됐다. 개별 의원이 단상 앞으로 나가서 찬반을 각각 의미하는 흰색과 초록색 표를 직접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부당수 등 반대표를 던진 야당 의원 중 일부는 투표 후 "전쟁 법안 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첫 토론자로 단상에 선 민주당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의원은 자신에게 야유하는 의원들에게 호통을 치는가 하면 "자위대 분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인생이 있다"며 "왜 자위대에 해외에 나가라고 하는 것인가"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는 "분하게도 앞으로 수십 분이 지나면 수의 힘에 거만해진 여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게 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게 사죄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마지막 토론자인 고이케 의원은 "일본 공산당은 전후 최악의 아베 정권을 타도하고 이 나라의 입헌주의와 평화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정당 및 단체와 함께 싸우겠다"며 사자후를 토했다.

참의원 특별위원회가 법안 표결 국면에 들어간 16일부터는 참의원에서 사실상 '무박 4일'의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17일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집권 자민당 소속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 위원장은 야당이 제출한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이 부결되자마자 최종질의 절차를 생략한 채 기습적으로 표결을 진행했다.

야당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막으려고 위원장 주변을 둘러싼 채 거세게 항의했지만 결국 자민·공명당과 차세대당 등 군소 3개 야당 의원들의 기립으로 법안은 가결됐다. 당시 회의실에서 여야 의원의 몸싸움으로 소란이 빚어지면서 일본 언론조차 표결이 진행된 사실을 즉각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

민주당은 17일 밤부터 참의원에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雅治) 참의원 운영위원장 해임 결의안, 나카타니 겐 방위상 문책 결의안, 야마자키 마사아키(山崎正昭) 참의원 의장 불신임 결의안, 아베 총리 문책 결의안을 등을 연달아 제출하며 지연작전을 썼다. 또 유신·공산·사민·생활당 등과 연대해 중의원에 내각 불신임 결의안도 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이어졌다. 배우 출신인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의원(생활당)이 일부러 투표함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우보(牛步)'와 참배를 연상케 하는 '합장' 퍼포먼스를 하며 시간을 끌었고,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의원(민주당)이 영화 한 편의 상영 시간인 1시간 45분에 걸쳐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표결이 임박해서는 강행군에 지친 여당 의원들이 눈을 감은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안보법안 반대를 주장하며 국회 앞에 모여 있던 시위대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으로 인터넷 중계를 지켜보다가 법안 가결이 선언되자 "표결 철회" 등의 구호를 소리높여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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