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전 '폭행 피해자' 거론하며 "죽이기 위해" 외쳐
'트렁크 시신' 살해 피의자 김일곤(48)이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살인 의사를 피력했다. 당사자는 '28명 살생부'로 의심되는 명단에 실명이 적힌 인물이다.
김씨는 19일 오후 2시8분께 구속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기 전 성동경찰서 현관에 섰다.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 영등포 폭행사건의 판사님한테 탄원서를 올린 것을 보면 알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소 목소리를 높이며 "(그 사건에서 내가) 피해자였는데 가해자로 돼 벌금 50만원을 냈다"라고 주장했다.
"A씨 때문에 내가. A씨를 죽이기 위해 내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씨는 경찰에 의해 호송차에 태워져 서울동부지법으로 이동했다.
A씨는 김씨가 소지한 메모 속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다. 김씨는 이 사람을 때린 혐의로 올해 5월 영등포경찰서에서 입건됐다.
이에 대해 영등포서 관계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김씨가 차를 몰던 A씨와 차선 문제로 다퉜고, 김씨가 먼저 A씨의 멱살을 잡아 A씨가 방어 차원에서 김씨를 밀게 된 쌍방폭행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목격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김씨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A씨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며 "신고 또한 김씨가 아닌 지나가는 시민이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검거될 당시 소지하고 있었던 명단이 살생부라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나 정황은 아직 없다.
경찰은 "김씨가 실제로 범행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가 경찰에서 "이것들을 다 죽여야 하는데"라고 중얼거린 데 이어, A씨를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명단 속 인물을 살해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니었느냐는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나온 김씨는 17일 검거 당시 입었던 회색 긴팔 티셔츠 차림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3시께 이뤄졌다. 심사는 이은빈 영장당직판사가 맡았다.
오후 3시 20분께 실질심사를 마친 김씨는 곧장 호송차에 올라타 성동경찰서로 이동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씨는 이달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모(35·여)씨를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18일 강도살인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날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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