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는 최근 승무원 3,500명 가운데 체중이 많이 나가는 승무원 125명을 비행 업무에서 제외했다. 이들 퇴출 직원은 지난해 초 회사로부터 “인도민간항공국(DGCA)이 권고한 체중의 범위를 벗어났다”라는 지적을 받고 체중관리를 요구 받았으나 끝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던 것. 과거 요가의 발상지로 불리며 비만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 믿어졌던 인도. 하지만 식생활의 서구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인도에도 비만이 골치 아픈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17일 미 CNN방송은 에어인디아가 과체중 직원에 인사불이익을 주게 된 배경을 소개하며 빠르게 ‘살이 찌고 있는’인도의 현실을 보도했다.
CNN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인도의 저소득층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식생활이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마찬가지로 엉망진창이 됐다”라며 “최근 수년 사이에 햄버거, 튀김류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정크푸드’에 치중한 잘못된 식습관이 유행처럼 자리를 잡았다”고 전했다.
영국 의학 저널 ‘란셋(Lancet)’에 따르면 인도는 이미 2013년 기준으로 중국인과 함께 전세계 비만인 15%를 양분하는 비만 국가로 이름을 올린 상태이다. CNN은 “현재 인도인들의 식습관 문제는 미국이 1970~80년대에 경험했던 정크푸드 집중상태와 매우 흡사하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술과 담배소비량이 급증하면서 비만 인구의 증가세가 가속화된다고 덧붙였다.
비만 인구가 급증하면서 날씬해지려는 사회적 욕구도 치솟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비만을 단기간에 치료하려는 수술도 빠르게 늘고 있는데, 지난해 인도 전역에서 시행된 비만 치료 관련 수술 건수는 1만8,000여 건으로 불과 5년 전인 2009년 800건에 비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다. CNN은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이 당뇨병 후유증을 빌미로 비만 치료 수술을 받은 사실을 들며 “인도의 중산층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는 데에도 돈을 펑펑 쓰고, 비만 치료 수술을 받는 데에도 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으로는 인도 젊은 층의 심상치 않은 비만 환자 증가 속도가 꼽힌다. CNN은 “요즘 인도의 청소년들은 부모세대에 비해 체육 활동 빈도가 현저하게 낮으며 컴퓨터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젊은이들은 ‘대기업 근무’를 선호하는데, 대체로 앉아서 업무를 보고 충분히 움직이지 않는데다 잦은 야근과 불규칙한 야식으로 인해 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열악한 의료시설과 건강보험제도, 몸매에 대한 대화를 금기시 하는 문화 등도 비만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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