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위 자체기준 마련나서
"비례 축소땐 유권자 의사 왜곡"
경북 2곳·강원 1곳·호남 지역 등
지방 의석 줄이고 수도권 확대 검토
의원 수 확대 주문 가능성도 여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경북 지역 의석 수를 2석 줄이는 등 지방의 지역구는 축소하고 수도권의 지역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정수(300석)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례대표(54석)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획정위는 18, 19일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자체 선거구 획정기준을 최종 결론 내리기로 했다. 획정위는 법정시한인 내달 13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정개특위가 획정 기준을 내놓지 않자 자체기준 마련에 나선 것이다.
획정기준의 핵심은 지역구 선거구 수다. 지역구 총 의석수가 결정되면 지역별 지역구 의석 변동 폭과 비례대표 의석 규모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구 조정 대상에 포함된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농어촌지역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획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진작부터 나오고 있다. 농어촌지역의 경우 인구 수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세종시와 같은 특별선거구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요구다.
하지만 획정위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현재 299석(세종시 1석)인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는다면 지역구 확대는 곧 비례대표 의석 축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한 획정위원은 “비례대표를 줄일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되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한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획정위 내부에서는 경북ㆍ강원ㆍ호남 등 일부 지역 지역구 의석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전체 15개 선거구 중 5곳이 인구하한 미달 지역구인 경북의 경우 선거구 재조정 등을 통해 선거구를 13개로 줄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영주(장윤석 의원)와 문경ㆍ예천(이한성 의원), 상주(김종태 의원)와 군위ㆍ의성ㆍ청송(김재원 의원) 일부를 합치는 방안이 거론된다. 9개 선거구 중 3개가 조정대상인 강원 지역도 최소 1개 지역구 이상 축소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30개 선거구 중 8개가 인구하한 기준에 못 미치는 광주, 전남ㆍ북도 지역구 의석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획정위가 선거구 획정기준을 결정하면서 의원정수 확대를 주문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의원 정수를 늘려 지역구 의석을 보장하면 농어촌 지역 대표성 약화를 방지할 수 있고, 비례대표 축소에 따른 비례성 약화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농어촌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권고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획정위 한 관계자는 “자치구ㆍ시ㆍ군 일부 분할 허용 여부, 게리맨더링 방지 등 획정기준에 법개정을 필요로 하는 사인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의원 정수 문제를 포함해 입법권고 형식을 빌어 공직선거법 개정을 정치권에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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