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 7월 이행급여 특례제도 폐지
"자립 의지 꺾일 우려… 대책 마련을"
경기 부천시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김모(51)씨는 큰 아들(25)과 함께 정부의 취업 교육을 받다 올해 6월 드디어 취업을 했다. 소득이 생겨 수급자에서 벗어난 김씨는, 이후 2년 동안은 의료비와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이행급여 특례제도’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정부가 올해 7월 이 제도를 폐지한 것을 몰랐던 것이다. 혼자 자녀 셋을 키우는 김씨는 대학생과 중학생 자녀 교육비가 만만치 않은데 갓 취업한 상태에서 지원이 모두 끊겨 막막해 하고 있다.
정부가 7월부터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하며, 이행급여 특례제도를 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행급여는 기초생활 수급자들이 소득이 생겨 수급에서 탈락해도 소득이 최저생계비 150% 이하이면 의료급여와 교육급여를 2년 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일시에 모든 지원을 끊으면 다시 빈곤으로 떨어지기 쉬워, 안정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도와주기 위해서다. 또 근로능력이 있는데도 지원이 끊기는 걸 우려한 수급자들이 자립을 꺼리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2011년 도입됐다.
특히 목돈이 드는 의료비는 저소득층에게 가장 긴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 수급자들은 수급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항목으로 ‘의료비 지원’(64.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의료비 부담만 덜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해 수급에서 벗어나겠다는 얘기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이행급여 수혜 가구는 지난 4년간 총 5만여 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이행급여 폐지로 이들의 자립 의지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아요 빈곤사회연대 상담활동가는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수급에서 벗어나는 유인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그 하나인 이행급여를 폐지한 것은 정반대의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관계자는 “이행급여가 자립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수급자가 아닌데도 2년간 의료ㆍ교육비 지원을 받는 것은 차상위 계층과의 역차별 문제가 생겨 폐지했다”며 “수급 탈락자는 차상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경감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상위 본인부담금 경감제도는 희귀난치성ㆍ중증질환자 등만 이용할 수 있어 185만명으로 추산되는 차상위 계층 중 33만5,000명만 지원을 받고 있다. 최동익 의원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행급여를 부활하고,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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