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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한국과 일본의 화장실 문화

입력
2015.09.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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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인류가 문화생활을 보내는데 꼭 필요한 시설이다. 한국도 하수도 정비가 잘 되고 있어서 대부분이 수세식 화장실이다. 그러나 수세식 화장실이라고 해도 레버를 내려 물을 내리는 자동식과 물을 직접 퍼부어야 하는 수동식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다. 수동식 수세 화장실은 처음 쓰는 외국인에게 혼란을 초래한다.

우선 물을 내리려고 레버를 찾는데 그런 것은 없고 바닥에 있는 것은 수도꼭지, 양동이, 바가지 그리고 휴지통이다. 양동이에 수도 물을 받아 바가지에 물을 담아 내리는 일은 어느 정도 상상이 간다. 그런데 여기서 방심하면 안 된다. 휴지를 무심코 변기에 버리면 큰 일 난다. 수류와 수압이 약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변기가 막혀 버린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화장실 사용이 어려운 관문 중 하나다.

일본은 휴지를 변기에 버리는 것이 상식이다. 변기 옆에 작은 휴지통이 설치되어 있으나 거기에 휴지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한국인의 이용이 많은 화장실에서는 한글로 “휴지를 변기에 버려 주십시오”라고 쓰여 있다.

이렇게 쓰면 한국이 좀 상식과 다른 나라 같지만 사실 일본처럼 변기에 휴지를 버리는 나라가 적은 편이라고 한다. 수압이나 배수관 굵기 등의 차이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에는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 휴지를 쓰는 나라가 의외로 많지 않다고 한다. 이슬람 국가 등은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 왼손에 물을 묻혀 닦는다고 한다. 그래서 식사를 할 때 왼손을 쓰지 않는다. 물론 그런 나라에 가도 공항이나 호텔 등 외국인이 이용하는 장소에는 휴지가 있어서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음부를 청결하게 하는 데는 휴지보다 물이 좋을 수 있다.

원래 프랑스 등에서 여성의 국부를 세척하는 사용했던 비데의 용도를 넓혀 대변을 본 후 세척하는 목적의 자동화 비데가 개발되었다. 세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지나치게 결벽한 일본인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는지 일본에서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다. 일본에 가면 가정집뿐만 아니라 공중화장실에 가도 비데를 쉽게 볼 수 있다. 요즘 들어 한국에도 보급돼 해마다 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또 새롭다고 느낀 것 중에는 한국의 가정집 화장실은 다목적 공간이라는 점도 있다. 화장실 원래의 목적 말고도 세면대가 있어서 안에서 세수하고 샤워시설이 있어 몸을 씻기도 하며 세탁기를 두고 빨래도 한다.

일본은 일부 아파트나 원룸을 제외하면 화장실과 목욕탕이 대체로 따로따로다. 결벽성이 작용한 것인지 일본인들은 배설하는 공간과 몸을 씻는 공간을 같이 쓰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 요즘이야 인터넷이나 방송 등으로 정보가 넘치고 있지만 내가 한국에 온 1980년대에는 그런 이야기를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았다. 재래식 화장실에서는 냄새나 청결함의 문제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수세식 화장실은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의 호텔방은 화장실과 목욕시설이 다른 서양호텔처럼 일체형이다. 일본 가정집에서 여전히 화장실 목욕시설을 따로 쓰는 건, 밖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라도 편하게 쓰고 싶다는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수동 수세식 화장실, 휴지를 변기에 버릴 수 없는 화장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비데 달린 화장실, 휴지를 변기에 버릴 수 있는 화장실이 보급되면서 한국의 화장실은 상당히 역동적으로 개선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한국의 화장실 문화를 이해하면서 나름대로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익숙하지 못한 일이 하나 있다. 일부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라는 점이다. 즉 입구는 같이 쓰고 여자는 칸막이 안, 남자는 밖에서 소변기로 일을 보는 경우이다. 어떤 여자가 세면대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으면, 그 바로 옆에서 수치심 때문에 일 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한국문화에 완벽하게 적응하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쓰치다 마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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