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부친 사이에는 악연이 있다. 친일 논란을 빚고 있는 김 대표의 아버지인 전방방직 설립자 김용주는 4ㆍ19혁명 직후 민주당 원내총무를 지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5ㆍ16 쿠데타로 의원직을 잃었다. 김 대표는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이라고 했지만, 그런 연유에서인지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재야 정치단체인 민주화추진협의회 창립멤버였고 YS(김영삼)계로 정치에 입문했다. YS가 3당 합당을 하지 않았더라면 박 대통령과 연을 맺을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 박 대통령은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권력은 나눌 수도, 위임할 수도 없다는 철학이 확고해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찍어내는 방식은 집중적이고 단호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파렴치한으로 몰려 쫓겨났다. 메르스 사태 와중에서도 ‘유승민 숙청’에 골몰했던 대통령이다. 김 대표 사위 마약 논란과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의 ‘김무성 대권 불가론’을 단순한 오비이락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판결 후 7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터져 나온 것도 그렇고,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는 인사의 작심발언이라 예사롭지 않다. “조만간 다른 게 터져나올 수 있다”는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의 분석이 그럴듯하다.
▦ 진짜 ‘김무성 흔들기’는 이제부터라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와 친박이 김 대표를 낙마시킨 뒤 조만간 당에 복귀하는 최경환 부총리를 옹립해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는 구상이다. 가장 유력한 방식으로 지도부 와해 전략이 거론된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사퇴해 다른 최고위원들의 동반 퇴진을 유도하는 길이다. 2011년 당시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붕괴한 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그 후 등장한 게 박근혜 비대위 체제였다.
▦ 윤 의원의 ‘친박 대권 후보론’은 박 대통령의 ‘차기 구상’과 밀접히 연관된 흐름이다. 정치권에서는 친박 진영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점찍었다는 분석이 많다. 높은 인지도에 충청 출신이라는 강점으로 대권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거라고 보고 있다. 야권의 지리멸렬로 총선 압승은 기정사실이고 차기 정권마저 재창출한다면 친박 장기집권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친박 진영의 판단이다. 과연 청와대의 대권 시나리오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